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인용 결정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이 미뤄지자 ‘임시로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헌재에 접수됐다.
18일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헌법 전문가인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이날 오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정식 재판관으로 임명할 때까지 임시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12월2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국회가 선출한 헌재 재판관 후보자 3인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후 헌재가 “마 후보자 불임명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는데도 마 후보자가 계속 임명되지 않자 헌재가 직접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헌재 판례를 보면 헌법소원에 대한 가처분은 “공권력의 행사와 관련해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면 허용된다.
김 변호사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최 대행이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에서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는데도 마 후보자를 불임명한 건 헌재 설립 이래 초유의 불복 사태”라면서 “헌재 결정에 불복해도 된다는 아주 위험한 메시지를 주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헌재에 낸 가처분 신청서에서도 최 대행의 마 후보자 불임명이 “헌재 결정의 기속력을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헌재의 결정에 모든 국가기관이 따라야 하는 법 원칙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을 전원일치로 인용하면서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는 마 재판관을 임명하도록 헌재가 직접 최 대행에게 명령해달라거나, 그 지위를 직접 부여해달라는 취지의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가 “권한침해 확인을 넘어 일정한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은 내릴 수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헌재가 가처분을 통해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임시로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처분 결정이 있으면 피신청인의 별도의 행위 없이 본안 사건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가처분 결정의 내용대로 법률관계가 형성된다’는 헌재 실무제요를 근거로 들었다. 김 변호사는 “임시 지위 부여 가처분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보충적 조치”라며 “헌정질서 지속을 위해 긴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마 후보자가 합류하더라도 변론이 종결된 뒤 선고만 앞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마 후보자는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고, 헌재는 현직 8인 만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