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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터뷰]
“기각 땐 ‘준전시상태’ 계엄 선포할 수도…제2의 시리아”
“당 승패만 보는 전쟁터…한동훈·유승민 때 되면 힘 합쳐야”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 변론이 오는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진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이 기각되면 “대한민국은 망한다. 상식을 가진 국민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2·3 비상계엄 뒤 국회 본회의에 참여해 계엄해제 요구안에 찬성하고, 이후 당론과는 달리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도 찬성했다. ‘소신’대로 행동한 결과는 ‘탈당하라’는 압박(권성동 원내대표 등)으로 돌아왔고, 탈당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는 지난 14일 국민의힘 울산시당위원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김 의원은 이런 현재의 당 상황을 “진영 논리에 고착돼 있다”고 진단했다. “옳고 그름을 보는 게 아니라 승패만 보는 전쟁터와 똑같다”는 것이다. 그는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승복하지 않는 사람이 영웅이 되는 이 전쟁터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처럼 잘못했어도 고개 숙이지 않고 강하게, 맹목적인 목소리 내는 사람만 대접받고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나

“제가 헌법재판관이라면 탄핵 기각 판결문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기각 판결문을 쓴다면 대한민국은 망한다. 국민은 받아들일 수 없고, 상식을 가진 국민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 독재시대를 눈 뜨고 볼 수 없으니까. 수백만 군중이 나오면 경찰이 막을 수 없고, 그때는 ‘준 전시 상태’라고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군이 응하겠냐. 그러면 계엄군과 반란군 간에 충돌이 생기고, 계엄군과 시민들 간 충돌이 일어나 내전 상태가 된다. 그러면 미국·중국·일본도 개입할 수밖에 없고…‘제2의 시리아’처럼 될까봐 걱정이다.”

―현재 당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진영 논리에 고착돼 있다. 진영 논리는 옳고, 그름을 보는 게 아니라 승패만 본다. 전쟁터와 똑같다. 전쟁터에선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승복하지 않는 사람이 영웅이 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처럼 잘못했어도 고개 숙이지 않고 강하게 맹목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만 대접받는다. 그러다 보니 당 지도부도 맹목적인 성향을 띄고, 오롯이 승패에만 매몰된다.”

―당이 극우화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강성 지지층을 모으고, 본인을 따르게 함으로써 정치적 힘을 갖게 되고, 또 당권을 선거에 사용할 수 있는 게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더 이득인지 계산해 ‘세력을 강화할 수만 있다면 거짓선동도 괜찮다, 사회갈등도 괜찮다’는 (건데 그런) 생각을 갖는 건 정말 위험하고 나쁘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김문수 장관을 언급했는데, (또다른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홍준표 대구시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홍준표 시장은 이해관계만 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에게) 무엇이 도움되는지만 보고 있는 것 같아 대선 후보로 적합하지 않다. 오세훈 시장은 입장이 항상 모호한 거 같아서 판단이 어렵다. 기본적으로 ‘12·3 비상계엄은 분명히 잘못됐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건 당위 명제다. 그 앞에서 이해득실 때문에 할 말을 못한다면, 옳음을 추구해야 할 대통령 자리에 어울릴지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도울 생각인가

“12·3 사태는 국민에 대한 심각한 역사적 죄다. 12·3 사태의 원죄(를 가진) 정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권 재창출을 얘기하려면 혁명적 변화, 쇄신 의지를 보여야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분 중에서 한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정도가 떠오른다. 다만 유 전 의원은 실력과 경험이 검증돼 있는데, 당내 세력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당의 변화를 이룰 수 있을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때가 되면 (두 분이) 충분히 힘을 합쳐야 된다고 본다.”

―지난 15일 울산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울산시민집회’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참석했고, 김민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부정선거’를 언급했다.

“부정선거 주장은 민주주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물론 선거가 완벽할 수 없고,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럼에도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본질이다. 의혹을 제기해서 신뢰를 훼손하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작은 잘못을 큰 잘못으로 포장하는 건 정치하는 사람의 근본 자세도 아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김 의원의 주장은 국민의힘과 다른 측면이 많아 보인다

“저는 국민의힘이 정통 보수정당이고, 저는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국민의힘이) 병들었지만,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 이후에 군부 추종 세력, 반민주적 세력이 제거되고 민주 보수의 기틀을 닦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방향성을 상실하고 원래 보수의 색깔이 많이 희석됐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당에 맹목적, 극단적 색깔을 집어넣었다. (윤 대통령이) 정통 보수를 제외하고 극우 인사를 배치했다. 국민의힘이 정통 보수당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 기능을 못하고 병들어 있다. 병들어 있으면 고쳐야 한다. 고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 분위기면 울산에서 공천받기 어려운데, 그럼에도 당에 남아서 당을 지키겠다는 생각인가

“긴 고민을 해보진 않았다. 저는 ‘하루만 산다’고 얘기하는데, 무엇이 본인에게 이득인지 앞세워 고민하다 보면 비겁한 선택을 하기 쉬워진다. 지금은 국민의힘에서 건강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건강한 보수정당이 될 수도 있고,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할 정도로 극단화될 수도 있다. (그럼) 그때 가서 생각할 것이다.”

―오는 24일 광주 금남로에 간다고 했다. 어떤 생각이고 누구와 가나

“혼자 결정하고, 혼자 가는 것이다. 광주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광주 금남로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금남로는 불법 비상계엄에 저항했던 광주 시민들을 계엄군이 학살한 현장이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형제와 자식을 잃은 5·18 유족들 입장에서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 집회가 2025년 열리는 게 반인륜적이고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그걸 넘어서 송구하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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