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안보 지원 무관심… 천연자원에만 눈독"
우크라·유럽에 '러 규탄 결의안' 철회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 참석해 춤추고 있다. 옥슨힐=A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광물 판매 수익 5,000억 달러(약 719조 원) 양도'를 적시한 '수정 협상안'을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보장 없이 광물 개발권을 공유할 수 없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을 무시하며 되레 요구 수준을 더 높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3년을 맞아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추진 중인 '러시아 침공 규탄' 유엔 결의안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에 자원도 넘기고 침략자 러시아가 면죄부를 받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나라 파는 것"이라고 했는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9일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달한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수정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지난 14일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한 초안을 발전시킨 것으로, 내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착취·수탈'에 가까웠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만 존재했던 '광물 판매 수익 5,000억 달러' 요구가 처음으로 문건에 명시됐다. 5,000억 달러는 우크라이나의 한 해 천연자원 판매 수익(약 11억 달러·약 1조5,800억 원)의 454배를 웃도는 액수다. 단순하게 비유하면 우크라이나가 454년간 자원 판매 수익을 고스란히 미국에 바쳐야 한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경제 식민지로 전락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광물로 5,000억 달러를 갚으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나라를 팔아넘길 수는 없다"며 강력 반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광물 수익 수령·관리 기금 설립' 등 세부 이행 방안까지 수정안에 추가로 담아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심지어 "향후 미국의 추가 지원은 두 배로 되갚아야 한다"거나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가 해방되면 해당 지역 광물 수입의 66%를 넘겨야 한다"는 황당한 요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원했던 '안전 보장 약속'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광물 수익 기금 일부를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한다"는 조항도 있지만, 구체적인 금액이나 계획은 명시되지 않았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수익을 원하면서도 그 대가로 어떠한 안보 보장도 제공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젤렌스키 협상 참여 안 중요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경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대놓고 러시아를 편들며 우크라이나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전날 유엔에 제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종식 촉구' 결의안을 지지하라는 서한을 유럽과 우크라이나 정부에 보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추진 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은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사실상 러시아에 침공 책임을 묻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유럽과 우크라이나 모두 미국 측 요구를 거절했다. 국제사회는 해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에 러시아 규탄 결의안을 채택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종전 협상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패싱' 의도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젤렌스키)가 협상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그는 아무런 (협상) 카드가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516 美 상무장관 "韓, 미국에 10억 달러는 투자해야 '패스트트랙' 혜택"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15 목숨 구해준 소방관에 “도어락 수리비 800만원 내놔”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14 특목고 가면 명문대 잘 간다?…엄마들 사이 '이 통념' 완전 뒤집혔다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13 통상임금 확대 후 임금체계 ‘꿈틀’…“꼼수” 불만도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12 김상욱 “탄핵 기각 땐 나라 망해…‘원죄’ 정당 정권 재창출 맞지 않아”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11 인도 정부 '갠지스강 대변균 4배 득실' 분석에… "알칼리수만큼 깨끗" 반발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10 푸틴, '우크라 3년' 앞 "러시아 수호는 신이 맡긴 사명"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09 더 커진 북 신형 무인정찰기 포착…러시아와 기술 협력 우려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08 푸틴, ‘우크라戰 3년’ 앞두고 “러시아 수호는 신이 맡긴 사명”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07 법사소위, 내일 상법 개정안, 명태균 특검법 심사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06 12살 소녀는 최고의 기생 됐다…전설의 미녀, 이난향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05 “교황 한때 호흡 곤란, 병세 위중”…곳곳에서 ‘쾌유 기원’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04 "김용현, 계엄 후 서재 자료 전부 치우라 지시…3시간 세절"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03 번거로운 커리어 코칭, 꼭 해야 하나요?[김한솔의 경영전략] new 랭크뉴스 2025.02.23
» »»»»» "광물 5000억 달러 내놓고, 러 비판하지 마"… 트럼프 폭압에 괴로운 우크라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01 다가온 최후 변론…양측 전략 고심 new 랭크뉴스 2025.02.23
46500 "尹 복귀하면 파멸"... 최종 변론 앞둔 민주당의 여론전 new 랭크뉴스 2025.02.23
46499 "해외에서 '이런 술' 먹으면 죽습니다"…메탄올 구분하는 방법 뭐길래 new 랭크뉴스 2025.02.23
46498 머스크의 13번째 자녀 낳았다는 여성, 친자확인·양육권 소송 new 랭크뉴스 2025.02.23
46497 수원 다세대주택 화재 2명 사상‥접착제 공장 화재 야산으로 번져 new 랭크뉴스 202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