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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더중플 - 이난향의 '명월관' 이난향(1901~79)은 일제강점기 조선 최고의 기생으로 손꼽혔습니다. 평양 출신인 난향은 열셋에 서울에 와 스물다섯에 조선권번의 취체 자리에 오릅니다. 명기를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기생조합 조선권번, 요즘으로 치면 하이브나 YG에서 일종의 교장 역할을 맡은 겁니다.

70대에 접어든 이난향은 1970년 12월 25일부터 이듬해 1월 21일까지 중앙일보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명월관’을 연재합니다. 기생이 남긴 기생의 역사라는 흔치 않은 기록이었습니다.

오늘의 '추천!더중플'은 55년 전의 원고를 디지털 버전으로 다듬은 이난향의 '명월관'(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64)입니다. 조선왕조·대한제국의 몰락으로 궁중 나인과 관기가 내몰리면서 급격히 변화한 저잣거리의 풍속사, 독립투사부터 친일파까지 명월관을 드나들던 유력 인사들이 뒤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제1화. 기생이 되자, 아버지는 일평생 외면했다
이난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포함된 기생 사진 엽서. 국립민속박물관.
안개가 자욱이 낀 1913년 여름 이른 아침이었다. 나는 삼촌과 함께 어머니의 전송을 받으며 평양역에서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어머님 말씀은 임금님 앞에서 춤과 노래를 보여드리는 진연(進宴)이 곧 열리며 이 진연에 내가 뽑혀 꼭 참석해야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진연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다만 처음 타 보는 기차와 차창에 비치는 낯선 고을에 눈이 서려 신기하고 즐겁기만 했을 뿐, 내가 지금 가는 길이 무한한 고비를 앞에 놓고 있다는 것은 과연 짐작도 못 했다.

그때 나이 겨우 열세 살이었다. 나는 그때 이미 평양 기적(妓籍·기생등록대장)에 올라 난향이란 기명을 갖고 있었다.

나는 평양에서 1남3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아주 어릴 때는 아버님이 좌수(座首·지방자치기구의 우두머리)였기 때문에 집안 살림이 넉넉했으나 아버님께서 물산 객주업을 하시다 실패함으로써 집안이 기울었고, 오빠와 언니들이 모두 결혼한 다음 어머님께서는 나를 의지해 살기 위해 열두 살인 나를 기생양성소라고 볼 수 있는 평양의 이름난 노래 서재에 보냈다. 이것이 내가 기생으로서 첫발을 디디게 된 동기였다. 이때 평양에서는 여염집에서 딸을 기생으로 만드는 것이 그렇게 큰 허물이 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일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내가 노래 서재에 다니기 시작한 지 13일이 지났을 때였다. 동네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내가 노래 서재에 나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아버지와 오빠는 크게 노하시어 나를 불러다 꿇어 앉히고 야단이셨다. 그러나 이미 13일 동안이나마 기적(妓籍·기생등록대장)에 올라진 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문에 발을 드리운 채 일평생 나를 면대해 주지 않으셨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12살 소녀는 기생이 되었다…전설의 이난향, 그가 겪은 시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4651

제2화. 나라 잃은 ‘마지막 군주’의 서글픈 진연(進宴) 진연은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궁중에서 베푸는 잔치 중 하나다. 임금이 직접 나오는 엄숙한 잔치이기도 하지만 나라의 경사를 축하하는 잔치인 만큼 기생들이 빠질 리 없다. 진연이 있을 때에는 몇 개월 전부터 뛰어나거나 재질이 특출한 기생을 서울로 뽑아 올렸다. 정악원에서는 이들 기생들을 만에 하나 어전에서 실수가 없도록 하기 위해 맹연습시켰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진연에 뽑힌다는 것은 기생으로서는 더없는 영광이다. 진연에 참가했다가 대감들의 눈에 들어 대감이 떼들이면 금방 마나님으로 불렸다. 양반이 기생을 사랑해 맞아들이는 것을 ‘떼들인다’고 했다.

▶눈맞은 대감님들과 맞담배질…그들은 ‘기생 재상’이라 불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6337

제3화.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조선 요릿집 명월관 융희 3년(1909년)에 관기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지방과 궁중의 각종 기생들이 발붙일 곳을 찾아 서울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명월관에는 수많은 기생 중에서도 어전에 나가 춤과 노래를 불렀던 궁중기생과 인물이나 성품 및 재주가 뛰어난 명기들이 많이 모여들어 자연히 장사도 잘되고 장안의 명사와 갑부들이 모여들어 일류 사교장이 됐다.

▶“땅 팔아서라도 취하고 싶다” 최고의 기생 몰려든 명월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7989

제4화. 의친왕부터 이완용까지, 명월관에 드나든 거물 초기의 명월관 손님들은 조정의 높은 벼슬을 지녔거나 현직 벼슬을 갖고 있는 사람 등 대감이라 불러야 하는 신분이 높은 분들이었다.ㅡ제일 높은 신분이었던 어른은 의친왕 이강공.

평양감사를 지냈고 후에 이왕직장관을 지낸 민병석, 순정효왕후 윤씨의 아버지이신 윤택영 부원군, 철종의 사위이며 개화파의 기수였던 박영효, 민충정공의 아우 되신 민영찬 대감, 조 대비의 조카 되는 조남승, 참판을 지낸 구용산, 친일파 거두 이완용·송병준·이지용, 이름 높은 화가 김용진 등 당대의 거물급은 거의 모두 드나들었다.

▶“한복 대감들 당구 200 쳤다” 명월관 기생 빵터진 그 장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9683

제5화. 의친왕의 항일 의친왕이 명월관에 나타나시면 종로경찰서 고등계 주임 미와(三輪) 경부가 사복 차림으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옆방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의친왕께서는 겉으로는 주색을 가까이하는 것 같았지만, 항상 친일파와 왜놈들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 있었고 일인(日人)들도 이 점을 특히 경계했던 모양이다.

▶육혈포 품고 다녔던 의친왕, 日 경찰 앞 ‘대한남아’ 불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582

이난향의 '명월관' ⑥ “개돼지” 친일파에 침 뱉었다 … 기생들 놀라게 한 ‘상해마마’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2113

⑦ 더벅머리 창부 낀 술판에 분노 … 기생도 1·2·3패 ‘급’이 달랐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3749

⑧ 남다른 특기, 판사가 가르쳤다 … 양반댁 시집간 기생의 기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5373

더중앙플러스 이난향의 '명월관'의 새로운 에피소드는 매주 금요일 발행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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