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롯데월드타워서 '놀라운 변신! 한국의 팝아트, 조영남!'展
"'생업' 음악 스트레스 받아 미술 시작…AI, 똑같이는 그려도 발상은 못할 것"
"'생업' 음악 스트레스 받아 미술 시작…AI, 똑같이는 그려도 발상은 못할 것"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전시 개막 행사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5.2.2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전시 개막 행사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5.2.2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저는 '재미 추구자'입니다. 뭐든지 재미있어야 하지요. 그래서 조영남 그림은 '웃게 하는 미술'입니다."
가수 조영남(80)은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층 다이버홀에서 열린 새 전시 '놀라운 변신! 한국의 팝아트, 조영남!' 개막 행사에서 "내 그림은 클림트처럼 심각한 게 아니라 재미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밀레의 '이삭줍기'를 재해석해 들녘을 바둑판으로 그린 자기 작품을 가리키며 "이런 것 보면 웃기지 않느냐. 내 작품은 웃기지 않은 게 없다"고 말했다.
조영남은 성악을 공부하던 1960년대 청년 문화의 메카인 쎄시봉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노래하게 되면서 대중음악에 눈을 떴다.
쎄시봉 DJ 이백천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고 당시 여느 가수들이 그랬듯 미8군 무대에서도 활동했다. 그러다 1969년 톰 존스의 노래를 번안한 '딜라일라'로 TBC '쇼쇼쇼' 무대를 통해 정식 데뷔했다. 이후 '모란 동백', '화개장터' 등의 히트곡을 내며 인기를 끌었다.
가수로 반세기 넘게 활약했지만, 음악이 주는 스트레스에 미술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했다.
조영남은 "내게 음악은 생업이었다. 음악이 돈벌이가 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더라"며 "지금 무슨 노래를 하느냐부터 이건 잘했다 혹은 저건 못했다 등등. 너무 잘하려고만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털어놨다.
또 "그런데 사실 나는 초등학교 때 미술을 배웠고 고등학교 때는 미술부장이었다"며 "고등학교 때 취미로 스멀스멀 (미술을) 하다 보니 낚시 좋아하는 사람이 바다 가고 바둑 좋아하는 사람이 바둑 두러 가듯이 그림을 점점 더 그리게 되더라. 또 미술은 낚시와는 달리 화가 혹은 예술가라고 존중도 해주고 돈도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쎄시봉 멤버들의 사진을 활용한 조영남의 작품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개막한 전시에서 소개된 조영남의 작품. 2025.2.2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개막한 전시에서 소개된 조영남의 작품. 2025.2.22 [email protected]
그는 전시 제목 '놀라운 변신'을 가리켜 "가수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라며 "미술이라는 굉장히 고상한 취미를 가지게 됐는데, 죽을 때까지 한번 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음악과 미술 두 분야 모두 깊게 공부해 봤다는 그는 두 예술 장르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조영남은 "음악은 신기할 정도로 규칙적, 수학적이다. 몇분의 몇박자라고 정해지면 마디마다 '따다다다'하고 수학적으로 다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그런데 현대 미술은 규칙이 없다. 자기가 그냥 하겠다고 하면 된다. 화투패도 아트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내 작품에 1억원을 매겨도 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라며 "나는 현재 호당 70만원 받는 수준까지는 올랐다. 이 정도면 중견 작가"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조영남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투패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을 자유롭게 풀어냈다. 어머니의 고무신과 화투패를 버무린 작품, '쎄시봉' 동료들의 옛 사진을 활용한 작품, 소쿠리를 초가집 지붕으로 표현한 작품 등이 눈에 띈다.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2023.5.1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2023.5.11 [email protected]
조영남은 "앤디 워홀이 코카콜라와 수프 깡통을 그리고, 마르셀 뒤샹이 변기 미술을 한 것처럼 나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여러 소재를 그리려 한다"고 말했다.
또 "AI(인공지능) 시대라서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잘만 버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AI는 똑같이 그림을 그릴 수는 있어도 발상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진다.
"앞으로의 목표요? 그런 것은 없어요. 제가 내일 어떻게 될지, 살아 있을지 여부도 모르는 데 무슨 희망과 목표를 가집니까? 그냥 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그리는 거죠. 살아 있는 한 그림을 그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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