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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현장을 가다] 임효성 강원랜드 ‘마음채움’ 상담사
지난 13일 강원 정선시 강원랜드 마음채움센터에서 만난 임효성 상담사가 도박중독의 무서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 상담사는 자신이 25년간 도박중독에 빠져 있었던 경험을 말하며 도박중독 탈출을 위해서는 기관 등 주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랜드 제공

국내 유일 내국인 입장 카지노가 위치한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하이원그랜드호텔 4층에는 ‘마음채움센터’라는 독특한 시설이 있다. 이곳은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 재활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 세계 카지노 중 도박중독 관련 프로그램을 다루는 시설이 있는 곳은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이 센터에 있는 전문위원 12명 대다수는 심리치료 등을 전공한 전문가다. 하지만 지난 13일 마음채움센터에서 만난 임효성(58) 상담사는 전혀 다른 이력을 갖고 있었다. 상담사로 일한 지 8년 차인 임 상담사는 “저는 25년간 도박중독자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기업 직원에서 나락으로

임 상담사는 서울 소재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직장인이었다. 서울에 자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부수입까지 있어 경제적 어려움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도박은 평범한 일상을 조금씩 파괴했다. 시작은 경마였다. 임 상담사는 “1990년대 초에 제가 카드 32개를 발급받아 카드 돌려막기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급기야 가정도 파탄 났다. 그는 “도박 빚, 경제적 이유로 이혼한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혼할 때만 해도 빚을 못 갚을 수준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카지노를 접하면서 도박중독은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 됐다. 임 상담사는 “카지노를 다니며 빚이 기하급수로 늘었다”며 “아파트까지 처분했는데도 당시에만 빚이 아예 갚을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회고했다.

결국 직장까지 잃은 그는 아예 2009년부터는 강원랜드 주변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소위 ‘앵벌이’를 하며 근근이 먹고 사는 형편인데도 도박을 끊지 못했다고 한다. 카지노 입장객 예약 후 자리를 양보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방식으로 다시 카지노 주변을 기웃거렸다. 그는 “한참 젊은 사람에게 멸시를 당하며 모멸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저 같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 상담사는 도박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 상황까지 간 가장 큰 이유로 ‘거짓말’을 꼽았다. 그는 “도박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하다”며 “도박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보니 그 자존심에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도 입만 열면 거짓말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일 몰입이 필요하다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임 상담사가 도박중독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2012년부터 마음채움센터를 드나들다가 2014년 10월 ‘하이원 베이커리’라는 사회적기업에 소개를 받아 일을 시작했다”며 “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도박을 조금씩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을 시작한 후로는 도박중독자의 고질병인 ‘거짓말’에서도 탈출할 수 있었다. 임 상담사는 “일을 시작한 뒤 어머니한테 전화해 사실대로 털어놨고 어머니는 ‘이제 도박도 안 하니 괜찮다’며 저를 버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통화는 임 상담사가 도박중독 탈출을 넘어 센터 상담사가 된 계기가 됐다. 그는 “나처럼 벗어나기 힘들었던 사람도 이렇게 하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책도 읽고 자격증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사, 분노조절상담지도사, 중독전문가 등 4개의 자격증을 딴 그는 2018년부터 센터에서 상담 일을 시작했다. 도박중독자였던 그가 상담을 하다 보니 반향이 적지 않았다. 그는 “저를 보고 저랑 같이 게임을 했던 이들 십여명이 스스로 ‘영구출입정지’를 신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베테랑이 된 그는 특히 도박중독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하루에도 30~40명이 찾는 센터 상담 일은 물론 외부 강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도박중독이 위험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 본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는 마약중독자와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그분들 자신도 도박이 더 무섭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박중독이 의심된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임 상담사는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며 “‘이거 하지 말아야 하는데’ 생각이 있다면 센터에 와서 상담을 받아보거나 국가기관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다른 집중할 만한 일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상담사는 “저 같은 경우 드라마를 보고 여행을 다녔고 중고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었다”며 “치유하려면 흥미를 돌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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