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정식 변론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의 변론 절차를 마쳤다. 한 총리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일일이 반박하며 기각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한 총리 사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언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19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 탄핵심판의 첫 변론을 열고 약 1시간30분 만에 심판 절차를 종결했다. 헌재는 평의를 거친 뒤 추후 선고기일을 알릴 계획이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27일 ‘비상계엄 방조’ ‘헌법재판관 미임명’ 등 5가지 사유로 탄핵소추됐다. 국회 측은 “한 총리가 비상계엄 해제가 지체되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대통령님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시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에 한계가 있는 임시적 지위”라며 임명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 합의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탄핵소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 총리의 소추안 의결 정족수도 이번 사건의 쟁점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총리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가 ‘대통령’에 준하는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인지, ‘국무위원’ 기준인 재적 과반(151명)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무위원 정족수를 적용해 한 총리 소추안을 의결하자 국민의힘은 우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이날 탄핵심판 변론에 이어 열린 권한쟁의심판 변론에서 국민의힘 측은 “(각종 자료에) 권한대행 탄핵소추 요건은 대통령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는 만큼 우 의장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가결을 선포한 것은 무효”라고 밝혔다. 반면 우 의장 측은 “표결 권한은 국회의장의 재량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날 헌재는 국회 측 증인신청과 추가 변론 진행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곧바로 변론을 마치기로 했다. 앞서 국회 측은 한 총리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위헌·위법한 ‘공동 국정운영 방안’을 발표했다는 점을 입증하겠다는 취지로 한 전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헌재는 “반드시 필요한 증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국회 측은 검찰청에 보낸 사실조회에 회신이 오지 않았다며 변론을 한 차례 더 열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기록인증등본 송부 촉탁(요청)을 한 지 2~3주 지났는데 그것을 기다리겠다고 (심리를) 속행하는 것은 무익해 보인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총리 측은 “명백한 심리 지연 의도”라고 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 결과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변수로 꼽힌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한 총리 탄핵심판을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헌재가 한 총리 사건을 기각하면 한 총리는 권한대행 직무에 복귀한다. 윤 대통령 측은 “(이렇게 되면)최상목 권한대행의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 임명 효력이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두 재판관 임명이 무효가 되면 헌법재판소는 다시 ‘6인 체제’가 돼 탄핵 결정 정족수 논란에 빠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한 총리가 다시 권한대행이 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재판관 임명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이 개별적인 잘못을 저질렀다면 무효화할 수 있지만, 권한대행이 직무를 끝냈다고 해서 그간 했던 모든 일을 무효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은 사실상 국민의힘이 우 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결과에 달려있다. 권한쟁의심판에서 헌재가 한 총리 소추안 의결 정족수 기준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한 총리 탄핵심판은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헌재는 권한쟁의심판 사건도 변론을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