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극우 단체, 헌법재판관 아파트 앞에서
주민 반발에도 ‘가짜뉴스’ 근거 욕설 시위

국힘, 헌재 항의방문해 “불공정 재판” 억지
실현 가능성 없는 재판관 탄핵안 발의까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7일 아침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email protected]

“문형배를 처단하자.”

17일 아침 7시30분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 후문 앞.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심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수장의 이름이 거리낌 없이 호명됐다. 윤 대통령 지지자 30여명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거주지로 알려진 이곳으로 몰려왔고 “개××” 등 극단적인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와 주민들의 모습을 촬영하던 이들은 태극기를 꽂고 아파트 단지에 진입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총괄대표로 활동하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에 속한 이들은 이날부터 한달 동안 매일 아침 7시30분~8시30분, 저녁 6시~7시30분 출퇴근 시간대에 문 대행 규탄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집회 신고도 마쳤다.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 등 극우세력의 헌법재판소 공격이 재판관 개인을 대상으로 한 물리적인 위협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날 문 대행 주거지로 몰려간 부방대는 가짜뉴스로 판명 난 ‘문 대행의 성착취물 시청’ 주장을 큰 소리로 외쳤다. 문 대행의 고등학교 동창 온라인 카페에 성착취물이 올라왔다는 사실은 문 대행이 이를 방조하고 시청했다는 막무가내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몇몇은 이날 ‘행배 근무시간 야동(성착취물) 시청시간’ 등 원색적인 비난을 담은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자녀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주고 집으로 들어가던 주부 호아무개(37)씨는 “주말이면 광화문 주변에 갈 수 없어 그 근처에 아이가 다니던 학원도 그만뒀는데, 거주지까지 찾아오는 건 너무하다”며 “아이가 ‘야동이 뭐야’라고 물어볼까 봐 겁난다”고 했다. 자신을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광화문으로 가야지 여기에서 법관을 위협하면 되느냐”고 항의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남성 주위로 몰려가 “나라가 공산화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문형배 편이 아니면 같이 시위하자”며 부지런히 편을 갈랐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나머지 재판관 7명의 집 앞에도 찾아가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윤성 부방대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 수사대가 다른 재판관들 (자택 주소도) 계속 추적하고 있다” “이렇게 자택 부근에서 규탄 시위를 하면 (재판관들의) 동네 평판이 안 좋아져 굉장히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헌법과 법률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법정에서 논리로 밀리고 ‘패색’이 짙어지자 이제 자택 앞 시위로 재판관들을 위축시키려는 치졸한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몇몇 극단적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문 대행이 동창 카페에 올라온 성착취물에 댓글을 달았다는 내용의 논평까지 냈다가 ‘가짜뉴스에 기반한 착오’라며 뒤늦게 사과했다. 이날은 국민의힘 의원 36명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해 탄핵 재판이 불공정하다는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김기현·나경원·윤상현·이철규·장동혁 의원 등 지난 1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몰려갔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의힘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은 이 자리에서 “헌재는 부실한 심리를 거듭 반복하면서 ‘답정너’로 속도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오죽하면 (헌재 재판관들이)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겠느냐”고 했다. 이들은 “사법체계 파괴하는 문형배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에선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며 문 대행 탄핵소추안 발의도 추진되고 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이 탄핵안에는 현재까지 국민의힘 의원 70여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문 대행 탄핵안 소추는 강 의원 개인 차원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강 의원실 쪽에선 의원 100명의 동의를 받아 탄핵소추안을 정식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108석의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으로선 단독으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수도 없다. 그저 헌재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인 셈이다.

헌법재판관에 대한 신변 위협 우려가 커지면서 경호도 한층 강화됐다. 경찰은 헌재 요청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상시 경호 대상인 문 대행뿐 아니라, 다른 재판관 7명도 개별 경호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외에 재판관 전원이 경호를 받는 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처음이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762 [단독] 전광훈이 모은 '애국시민' 쌈짓돈…자유일보 통해 美 로비업체로 랭크뉴스 2025.02.19
44761 정부 “북한군 포로, 한국행 원하면 전원 수용” 랭크뉴스 2025.02.19
44760 이하늬 60억, 박희순 8억···반복되는 연예인 탈루 의혹 이유는? 랭크뉴스 2025.02.19
44759 정부 “北 포로 한국행 요청시 전원 수용 원칙… 우크라에 입장 전달” 랭크뉴스 2025.02.19
44758 봉준호 울컥 "故이선균, 누가 뭐래도 좋은 사람…자책감 든다" 랭크뉴스 2025.02.19
44757 KFC도 고향 켄터키 떠난다…'美기업 블랙홀'된 텍사스 비결은 랭크뉴스 2025.02.19
44756 "너무 비싸서 옷 못 샀는데 올해는 좀 떨어질까?"…반가운 소식 뭐길래 랭크뉴스 2025.02.19
44755 13만원 훔쳐 로또 샀다…처음 본 사람 무참히 살해한 이유 랭크뉴스 2025.02.19
44754 한덕수 탄핵심판 첫 변론‥"대통령 설득 못 했다" 랭크뉴스 2025.02.19
44753 “무겁고 가슴 아픕니다” 여권 지지율 1위 김문수, 왜?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2.19
44752 中에 반도체 기술 빼돌린 죄…삼성전자 前부장 '역대 최대 형량' 랭크뉴스 2025.02.19
44751 [단독] “백화점보다 비싸요”…환율 급등에 면세점 명품 소비도 '뚝' 랭크뉴스 2025.02.19
44750 [단독] 지하철·상수도 요금 들썩이는데… 경기 침체 우려에도 팔짱 낀 정부 랭크뉴스 2025.02.19
44749 명태균 "이력서 보냈더니 김용현 전화"‥민주당 '인사 개입' 녹음파일 공개 랭크뉴스 2025.02.19
44748 ‘박정희 암살’ 김재규 전 중정부장 사건 재심키로···법원 “수사 중 폭행·가혹행위” 랭크뉴스 2025.02.19
44747 정부 "북한군 포로 한국행 요청 시 모두 수용‥우크라이나에 입장 전달" 랭크뉴스 2025.02.19
44746 [단독] 경찰, 대학 합격생 모르게 ‘등록 취소’ 누른 재수 동료 불구속 입건 랭크뉴스 2025.02.19
44745 [단독] 계엄군, 국회 107개 중 단 1개 노출 ‘두꺼비집’ 직행해 단전…사전 준비 정황 랭크뉴스 2025.02.19
44744 '탈북어민 강제북송' 文정부 대북안보라인 4명 전원 선고 유예 랭크뉴스 2025.02.19
44743 한덕수 “尹 설득 못해 송구”…탄핵심판 첫 기일에 변론종결 랭크뉴스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