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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 추방·퇴출·보복, 대외 관세·팽창
밀어닥친 정보에 언론 비판 일시 마비
끊임없는 관심 유도로 스포트라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미국 유명 자동차 경주 대회인 ‘데이토나 500’을 관람했다. 웨스트팜비치=AP 연합뉴스


예고된 폭풍이었다. 하지만 강도는 예상을 초월했다. 취임 뒤 고작 한 달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은 물론 세계를 본인이 던진 의제로 흘러넘치게 만들었다. 압도적 속도·물량 공세로 대응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홍수 전략’을 통해서다. TV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인 그가 연출 솜씨까지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의 나라



1868년 비준된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160년 가까이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출생시민권’은) 법을 어기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불법 이민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썼다.

그가 취임일인 지난달 20일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 위헌 소송을 각오했으리라는 게 대다수 추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근 한 달간 지시한 행정 지시들이 대부분 그런 식이다.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시험하고 미국 내 진보·보수 진영의 갈등을 키울 법한 것들이다.

대내적으로는 반(反)이민 행보가 두드러진다. 국경 통제 강화와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 작전 실행에 착수했다. 출생시민권 무력화 시도도 그 일환이다. 대신 2021년 1월 6일 자신의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고 수감된 지지자들을 취임하자마자 대거 사면했다.

‘딥스테이트(막후 실세 관료 집단)’ 청산은 거칠다. 신설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에 맡겼는데, 조직 수장이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다.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졸속으로 감원을 밀어붙이다 보니 가령 오랫동안 미국의 소프트파워 확대에 기여해 온 국제개발처(USAID)가 하루아침에 형해화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보복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자신을 수사한 법무부 검사들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정적(政敵)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경호 조치와 기밀 취급 허가를 철회하는 식이다. 약자 보호가 목적인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정부와 군대 내에서 전면 금지하고, 성전환자의 입대 및 여성 스포츠 출전 길을 막기도 했다.

이기적인 미국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지난달 20일 미 워싱턴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열린 실내 취임식 퍼레이드에 참석해 군중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TV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지지자들의 시선을 즐기듯 행정명령에 서명한 일을 두고 임기 내내 그가 대규모 경기장을 백악관 집무실로 사용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대외적으로는 관세를 무기화하고 영토 확장 욕심을 드러냈다. 불법 이민과 마약의 미국 유입 차단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구실로 패권 경쟁국인 중국뿐 아니라 사실상 관세 없이 교역해 온 이웃나라 캐나다·멕시코에도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철강·알루미늄에는 다음 달, 자동차에는 4월부터 각각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표했다. 교역 조건이 미국에 불리한 국가를 상대로는 보조금이나 규제, 환율 등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자국 관세를 조정할 테니(상호관세) 3월 말까지 협상안을 만들어 오라고 위협했다.

‘신(新)팽창주의’에도 세계가 경악 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인 덴마크를 상대로 그린란드를 팔라고 다그치는가 하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피력하고 있는 데다 파나마운하 통제권을 넘기라고 파나마에 요구한 상태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휴양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이 소유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모든 게 4주 만에



이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쌓인 대내외 정책 어젠다들이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100개가 훌쩍 넘는 대통령 행정 조치가 게시돼 있다. 내용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것들이 엄청난 속도로 한꺼번에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게 최근 뉴욕타임스(NYT) 분석이다. 살펴야 할 정보가 밀어닥치면 그 물량과 속도에 압도된 언론의 비판 기능이 일시 마비될 수 있는데, 이게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메시지는 개별 행정명령이나 발표가 아니라 누적 효과에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런 홍수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잃지 않는 데에도 활용된다. 꽉 찬 11일 일정이 사례다. 그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와 함께 기자들을 만난 뒤 머스크에게 해명 기회를 주기 위해 다시 기자들을 불렀고, 4년간 러시아에 붙잡혀 있다 석방된 교사 마크 포겔과 함께 밤늦게 다시 언론 앞에 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리얼리티쇼를 제작해 보자는 업체들의 제안을 거절한 트럼프가 반대파와 언론의 혼을 빼놓는 복귀 쇼를 직접 연출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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