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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 10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근무자와 함께 ‘생명의 전화’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12·3 내란 사태 이후 한동안 잊혀졌던 이름이 되살아났다. 비상계엄 선포 전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내란 발생 직전 대통령 배우자가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과 연락한 것은 누가 봐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조태용은 지난 13일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이 “계엄 전날인 12월 2일 대통령 영부인으로부터 문자를 두 통 받고 그 다음날 답장을 보냈느냐”고 묻자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국정원장과 영부인이 문자를 주고받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불과 두 달 전인데, 대통령 배우자가 보낸 문자 내용을 기억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은 ‘차마 내 입으로 밝힐 수는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김건희는 남편의 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몰랐을 것이라는 관측이 그동안 ‘다수설’이었다.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 측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야겠다면서 ‘이건 수석들도 모른다. 우리 와이프도 모른다’는 말을 했느냐”고 묻자 “했다”고 답한 바 있다.

계엄 전날 김건희가 국정원장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며 국면이 달라졌다. 윤석열의 발언은 아내를 보호하기 위한 ‘페이크’ 아니었을까. 충성스러운 고교 후배 이상민은 ‘페이크’를 ‘팩트’로 만들기 위해 협조한 것이고….

김건희와 관련해 의심스러운 대목은 국정원장과의 문자 교환 만이 아니다. 13일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윤석열이 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며 ‘개인적 가정사’에 대해 언급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봉식은 계엄 선포 3시간 전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과 함께 윤석열을 만난 장본인이다. 그는 ‘개인적 가정사’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하지만 윤석열의 가정사와 관련된 인물이라면, 온 국민이 떠올릴 이는 ‘한 사람’ 뿐이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구속 기소)의 법률대리인은 최근 “비상계엄도 김건희에 의해 터진 것”(오마이뉴스 인터뷰)이라고 주장했다. 명태균이 김건희에게 통화 녹음 파일의 존재를 알린 것이 계엄 선포 계기로 작용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명태균은 지난해 10월 8일 “내가 들어가면(구속되면) 한 달 안에 정권이 무너진다”고 으름장을 놨다. 11월 15일 그는 구속됐다. 아흐레 후인 11월 24일 윤석열은 한남동 관저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을 불렀다. 명태균 사건 등을 언급하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12월 2일 명태균 측은 기자들과 만나 ‘휴대전화를 검찰이 아닌 야당에 제출할 수도 있다’며 윤석열 부부를 재차 압박했다. 바로 그날 김건희가 조태용에게 문자를 보냈고, 다음날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다. 이 모두가 우연인가.

윤석열이 탄핵소추되기 전까지 2년 7개월간 용산 대통령실에 ‘V1(VIP1·윤석열)’과 ‘V2(VIP2·김건희)’가 있다는 말이 회자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건희가 ‘V1’을 넘어 ‘V0’로 등극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전방위적 국정개입 의혹을 받는 김건희가 정권과 남편과 자신의 운명이 걸린 ‘계엄 선포’만 까맣게 몰랐다는 건 합리적 설명이 될 수 없다. 김건희가 내란 사태에 연루됐는지, 연루됐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수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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