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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이해가 안 되네요"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조태용 국정원장에 대해 연이어 질문하면서 한 이야기입니다.

오늘(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김형두 재판관은 약 30분 동안 비상계엄 당시의 주요 인물에 대한 통화 내용을 시간 순서대로 물어가며 조 원장에게 어떤 상황이었는지 상세하게 물었습니다.

■"왜 증인만 전화 두 번 받았을까?"

김 재판관은 조 원장에게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회의 소집에 대해 자세히 물었습니다.

조 원장은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정각에는 윤 대통령에게, 5분 후에는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연이어 전화를 받았습니다.

12월 3일 오후 8시
윤석열 대통령 "어디세요?"
조태용 국정원장 "여기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미국 안 가셨어요?"
조태용 국정원장 "내일 떠납니다. 방금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송별 만찬 했습니다."

12월 3일 오후 8시 5분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 "어디 계십니까?"
조태용 국정원장 "내곡동입니다"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 "지금 들어오세요"

'용산 대통령실'로 오라는 부속실장의 전화를 받고 조 원장은 추가 질문 없이 곧바로 용산으로 향합니다. 경찰 조사에서 조 원장은 '총리 후보로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저(조 원장)를 혼자 불러 관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가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 재판관은 비슷한 시간에 대통령실로 오라는 호출을 받은 국무위원들과 비교해 질문합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후 8시경,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오후 7시 54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저녁 6시 11분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대통령실로 오라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영호 전 장관은 몇 번의 전화 연결이 실패 후에 대통령이 한 번 전화 걸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전화를 한 번 받았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거나, 부속실 등에서 전화를 걸거나…. 증인만 두 번 전화를 받았는데 왜 그랬을까요?"

조태용 국정원장
"저로서는 알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조 원장은 비상계엄 선포를 하겠다는 윤 대통령에 대해 우려 표시했지만, 반대 표시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조 원장은 내곡동에 있는 국정원으로 돌아갔습니다.

■"홍장원에게 길게 지시, 국정원장에겐 황당한 이야기만?"

김형두 재판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조 원장에게 전화한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12월 3일 밤 10시 53분,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합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까,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라고 진술했습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해당 통화는 계엄과 무관한, 격려 차원의 전화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리지만, 비상계엄 직후 급박한 시점에 윤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통화 시간은 1분 24초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김 재판관은 바로 직후인 밤 10시 55분 윤 대통령과 조 원장의 통화에 주목해 묻습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대통령이 홍 전 차장에게 굉장히 많은 지시를 했는데, 그리고 나서 바로 조 원장한테 전화해서 황당한 이야기를 한 겁니다. '미국 출장 어떻게 하실래요?' 이건 잘 이해가 안 가거든요"

조태용 국정원장
"그래서 대통령이 10시 53분에 홍 전 차장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어서, 홍 전 차장 말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연관기사] 진술로 본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 (2025. 02. 05.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68225

■"홍장원 보고 듣고, '내일 이야기하자?' 그 정도 말만?"
이후 '체포조' 관련 내용으로 질문과 대답이 넘어갑니다.

비상계엄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잡기 위한, 이른바 '체포조' 논의가 있었습니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3일) 밤 10시 30분에서 40분 사이 조지호 경찰청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15명을 불러줬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연관기사] [단독] ‘체포 명단’에 “한동훈도 추가”…전화 받은 조지호 “정신나갔네” (2025. 02. 12. KBS 뉴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74152

홍 전 차장은 3일 밤 11시 6분, 여 전 사령관은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체포조' 단어를 쓰며 명단을 불러줬다고 증언했습니다.

밤 11시 30분, 조 원장은 홍 전 차장 등과 함께 국정원에서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 직후 홍 전 차장은 "원장님 이거 언제 아셨나요"라고 물어봤지만 조 원장은 "뭘 그런 걸 물어봐요"라면서 홍 전 차장에게 "내일 아침 회의 때 논의하자"고 답했습니다.

김 재판관은 5~10분마다 계엄 주요 관계자들의 통화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조 원장의 대답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에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원장님 안색을 살피고 있었는데 생각이 많으신 거 같다'고 말한 후 뜸을 들인 뒤 '이재명, 한동훈 오늘 밤에 잡으러 다닐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이 '방첩사가 잡으러 다닌다고 하지 않았고, 그냥 잡으러 다닐 거 같다'고만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조 원장은 재판관이 생각하는 것처럼 큰 비밀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고, 홍 전 차장의 말대로 논의가 됐다면 직후 차장 해임 논의를 못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시간 순서로 놓고 보면 홍 전 차장이 그렇게 한가하게 이야기했을 거 같지 않습니다."
"조 원장이 관련 내용을 듣고 나서도 '내일 이야기합시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 정도로밖에 이야기를 안 했나요?"

조태용 국정원장
"만일 홍 전 차장이 제게 자세히 이야기했다면 이후에 홍 전 차장 교체를 건의하기 상당히 어려웠을 겁니다. 그것만 봐도 그건 아니었을 거라고 제가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그러자 김 재판관은 체포 명단을 듣고 업무를 수행한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의 상황을 제시하며, 홍 전 차장이 '체포조' 등 심각한 이야기를 한 게 아니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조 원장 생각으로는 홍 전 차장이 그렇게 심각하게 이야기한 게 아니다?"

조태용 국정원장
"그런 이야기를 했으면 제가 지침을 내리고 같이 남아서 사무실에 나와서 뭔가 일을 하거나 아니면 뭔가 결정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그대로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알아듣기 어려운 방법으로만 (홍 전 차장이) 이야기했고, 그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홍 전 차장과 조 원장의 진술이 엇갈리자,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에 대해 추가로 증인으로 채택해 주라고 요청했고, 헌재는 내일(14일) 재판관 평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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