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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7)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교사가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맨 마지막에 가는 아이를 흉기로 찔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서부경찰서는 11일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하늘양을 살해한 40대 교사 A씨가 병원 치료를 받기 전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은 “A씨가 전날 목 부위 봉합 수술에 들어가기 전 피의자 진술을 받았다”며 “A씨는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맨 마지막에 가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말한 뒤 시청각실에 들어오게 해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A씨는 우울증으로 지난해 12월 9일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가, 20여 일이 지난 12월 30일 복직했다. 육 서장은 “A씨가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휴직 중에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며 “‘복직 후 3일 후부터 짜증이 났다. 교감 선생님이 수업을 못 들어가게 했다. (범행 당일) 학교 근처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다. 3층 교무실에 있기 싫어서 잠겨 있는 시청각실을 열고 들어갔다’는 게 A씨 진술”이라고 말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1학년 김하늘(7)양을 흉기로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1일 오후 하늘양이 다니던 학교를 찾은 선배들이 후배를 추모하고 있다. 이 학교 정문에는 하늘양을 애도하는 시민들이 바친 국화와 편지, 인형, 과자 등이 가득 놓여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가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같이 죽을 생각“ 진술
하늘양이 숨진 시청각실은 돌봄교실에서 10m쯤 떨어져 있다. 육 서장은 “A씨는 ‘시청각실 바로 앞에 있는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진술한 것으로 미뤄, 면식범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정확한 범행 동기는 추가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하늘양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시간은 전날 오후 4시30분~오후 5시, 장소는 학교 시청각실 자재보관실로 추정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에 대해 “A씨가 범행 당일 오후 학교에서 2㎞ 떨어진 주방용품 가게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길이는 28㎝였다”고 했다.

하늘양은 얼굴과 어깨·겨드랑이 등을 흉기에 수차례 찔린 채 학교 시청각실 자재보관실에서 A씨와 함께 발견됐다. 시청각실은 평소 수업이 열리는 날만 개방하고, 나머지 시간은 잠겨있었다고 한다. 열쇠는 교무실에서 보관한다. 자재보관실은 문을 닫으면 밖에서 보이지 않는 구조다. 육 서장은 “시청각실 자재보관실엔 의자 등 비품이 쌓여있었고, 전체 면적은 가늠할 수 없지만 사람 2명이 들어갈 만한 3.3~6.6㎡의 남은 공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1학년 김하늘(7)양을 흉기로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1일 오후 하늘양이 다니던 학교를 찾은 선배들이 후배를 추모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범행 당일 주방용품점서 흉기 구입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일 “교무실에 있기 싫어서 시청각실로 자리를 옮겼다”고 진술했다. 육 서장은 “A씨가 범행 장소를 왜 시청각실로 택했는지는 추가 조사를 해봐야 안다”며 “A씨가 시청각실 열쇠를 가져와 문을 연 뒤 다시 열쇠를 가져다 놓았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라고 했다. 이어 “A씨가 피해자에게 책을 준다고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로 끌고 간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진술을 추가 확인할 계획이다. 육 서장은 “피의자 가족으로부터 7~8년 전부터 A씨가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병원 진료 기록과 약물 복용에 관한 부분은 확인된 게 없다. 우울증이나 조현병 여부는 의료 기록을 봐야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섰다. A씨의 휴대전화 기록과 노트북·컴퓨터 등을 확보해 범행 전후 행적을 확인하기로 했다. 또 하늘양 시신의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12일 오전 부검할 예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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