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다른 국무위원들의 증언을 부정하고 자신의 수사기관 진술까지 뒤집었다.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부정하는 데 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한겨레 등 언론사 단전·단수와 관련해선 ‘소방청장에게 전화한 건 맞지만, 윤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해 소방청장에게 전화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못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적 있다. 쪽지에 ‘소방청장 단전·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1~2분 머물 때 얼핏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회 청문회 등에서 단전·단수 지시에 관한 증언을 모두 거부해온 이 전 장관이 처음으로 새롭게 밝힌 내용이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이 쪽지를 보기만 했을 뿐, 윤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나아가 소방청장 등에게도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의 이런 진술은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나 이 전 장관에게서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허석곤 소방청장의 진술과도 어긋난다.
이 전 장관은 엇갈리는 주장의 간극을 메우려는 듯 이날 증인신문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광화문(행안부 청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쪽지 본 것이 생각났다”며 “사무실 가는 내내 마음이 쓰여 큰 사건·사고 접수된 거 없는지 소방청장에게 전화하면서 꼼꼼히 챙겨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사 단전·단수를 둘러싸고 이 전 장관과 허 청장 둘 중의 한명은 새빨간 거짓말을 한 셈이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 상황을 놓고도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 당시 자신의 진술까지 뒤집으며 윤 대통령 감싸기에 급급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16일 경찰 조사에서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를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말렸다”고 진술했지만, 이날 헌재에선 “그 자리에서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며 “반대도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지난 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청문회에서 “(국무위원) 전부 다 반대했다”고 한 발언과 배치된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안건을 심의했다는 국무회의의 합법성을 강변했지만 재판관을 설득하는 일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김형두 재판관은 “도저히 정식 국무회의로 보기 어려웠다”(한덕수), “단순히 회의실에서 대기하다가 나왔다. 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최상목), “평상시 국무회의의 절차나 형식이 되지 않았다”(오영주)는 다른 국무위원들의 진술을 거론하며 “증인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했다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그분들께서 왜 그렇게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무회의 한다고 저는 생각했고 다른 분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