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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19년 4월26일 저녁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입법안 등을 처리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국회 회의실 앞을 점거하며 이상민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고 있다. 강창광 기자 [email protected]

“의원님과 의회경호담당관실에 들어간 건 기억이 나는데, ‘빠루’(쇠 지렛대)를 같이 잡고 들어갔는지는….”

지난달 13일 서울남부지법 406호 대법정, 증인으로 선 당시 국회 경호 실무자는 기억을 더듬느라 진땀을 뺐다. 무려 6년 전인 2019년 4월 공직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벌어진 국회 폭력 사태를 떠올려야 했던 탓이다. 전현직 국회의원이 다수 연루된 이 사건은 각종 ‘지연·방해 전략’ 속에 기소 이후 1심 재판만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10일 법조계 설명을 들어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정도성)와 12부(재판장 당우증)는 각각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패스트트랙 1심 재판만 2020년 1월부터 5년2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날 기준 한국당 쪽 35회, 민주당 쪽 33회 공판을 마쳤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1월 공소장을 접수한 형사 공판 1심 처리 기간은 평균 5개월이었다.

재판에 넘겨진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만 한국당 27명, 민주당 10명에 이른다. 한국당 쪽에선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이, 민주당 쪽에선 박범계 의원 등이 기소됐다. 특히 공동폭행 등 혐의만 적용된 민주당 쪽과 달리, 한국당 쪽 피고인들은 국회 회의를 방해한 혐의(국회법 위반)도 받는다. 혐의가 확정돼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선거에 나갈 수 없다.

재판에서는 잦은 불출석, 증거 능력 물고 늘어지기 등 판결을 늦추려는 각종 ‘꼼수’가 등장한다. 한국당 패스트트랙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모두 출석한 공판은 세번에 불과하다. 민주당 쪽 공판은 피고인 출석률은 높으나, 일곱차례 기일이 변경됐다.

지난해 11월엔 김성태 전 한국당 의원이 “건강검진으로 불출석하겠다”고 했다가, 재판부로부터 “다른 피고인들이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는 지적을 들었다. 올해 1월에는 정갑윤 전 한국당 의원(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오후에 결재할 서류가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하기도 했다. 지난 1월13일 공판 때도 현역 의원 6명(나경원·김정재·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철규)은 오전에 출석했다가, 오후에는 비공개 의원총회 참석을 이유로 자리를 떠났다.

증거 능력을 세세하게 물고 늘어지는 전략도 자주 등장한다. 한국당 쪽 변호인들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인 당시 생중계 유튜브 영상을 두고 “내려받은 영상이라 편집되지 않았다는 걸 검찰이 증명해야 한다”(동일성)거나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한 뒤 법원에서 재생할 때까지 봉인해야 한다”(무결성)고 문제 삼았다. 국회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과 방송사 녹화영상 등을 두고도 비슷하게 다퉜다. 이들 동영상 증거는 인터넷방송사 관계자까지 증인으로 부르고 나서야 수개월 만에 채택됐다.

피선거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는 판결이 무한정 늦춰지면서, 정치인 피고인들은 다음 선거에 출마해 당선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재판 지연 사이 치러진 두번의 총선과 한번의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는 양당 합쳐 현직 의원이 8명(나경원·김정재·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철규·박범계·박주민), 시·도지사가 2명(김태흠·이장우)이다. 사건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은 그 뒤 세차례 선거에 출마해 두차례 낙선 뒤 22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헌법기관인 국회를 점거하고, 특수공무집행방해까지 한 중대한 사건 재판을 지연시켜 넘어갈 수 있다면 누가 법치주의를 믿을 수 있겠느냐”며 “피선거권이 박탈됐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 당선돼 선거제도와 민주주의 또한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법원이 집중심리를 해서라도 빨리 끝내지 않으면, 힘 있는 정치인은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매달 재판을 열어 하루 2명씩 증인신문을 마치면 연말에 결심(심리 종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피고인 불출석 등으로 2020년 이후 매달 재판이 이뤄진 해는 단 한번도 없었다. 올해 안에 선고가 이뤄질지도 미지수인 셈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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