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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한옥 단청은 근사한 설경 사진의 소재가 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프로 모드(사진 아래 왼쪽)와 아이폰의 노출 보정 기능을 활용하면 설경 사진 완성에 도움이 된다. 김성주 제공

제주에서 활동하는 한 사진작가의 작업을 엿본 적이 있다. 45장의 사진들 속 공간은 모두 같은 곳이었는데, 인적 없는 고요한 숲길이었다. 하지만 시간과 계절, 날씨의 차이로 숲길은 모두 다른 곳처럼 보였다. 그림처럼 푸른 화면이 있는가 하면, 축축하게 젖거나 안개에 가려 그 형태가 희미한 것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했던 장소를 틈나는 대로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사진 속에는 계절의 고유한 풍경이 남아 있다. 분홍 꽃 만개한 봄날의 공원, 시리도록 파란 여름 바다, 붉게 물든 가을 단풍길 등. 겨울만의 정취는 단연 순백의 설경이다. 새하얀 캔버스처럼 우리의 창작 욕구를 자극하는 설경은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하얀 배경 위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카메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평소보다 섬세한 시선과 터치가 필요하다. 폭설이 잦은 이번 겨울에 특별히 눈여겨봐야 할 촬영의 기술들이다.

다채로운 설경 사진. 김성주 제공

다채로운 설경 사진. 김성주 제공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듯 새하얀 풍경을 찍었지만 그 결과는 어둡고 탁할 때가 부지기수다. 이것은 온전히 스마트폰 카메라의 잘못이다. 빛 반사율이 높은 흰색 설경에 카메라는 노출값을 적정 수치보다 낮게 설정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노출 보정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촬영 화면을 터치한 뒤 해(☀) 아이콘이 표시되면 ‘화면 쓸기’(화면에 손가락을 댄 채 움직이는 것)를 활용해 밝기를 변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과 일부 아이폰 모델에서는 이브이(EV·노출 보정) 값을 직접 지정할 수 있다. 이 값을 +1~2로 설정하면 눈으로 보는 설경과 비슷한 밝기로 촬영된다. 카메라 앱을 종료해도 설정값이 유지되기 때문에 많은 설경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선 유리하다.

떨어지는 눈송이가 화면을 가득 채운 사진은 그 자체로 겨울의 낭만을 상징한다. 일반 촬영으로는 포착하기 쉽지 않은 눈송이를 생생하게 담고 싶다면 플래시 조명을 사용해 보자. 카메라 앱에서 플래시를 ‘켬’으로 설정하고 촬영하면 강한 빛을 받은 눈송이들이 사진에 선명하게 기록된다. 인물 촬영에 활용하면 빛 망울처럼 크고 동그란 눈송이 덕에 사진이 더욱 낭만적으로 보일 것이다.

다채로운 설경 사진. 김성주 제공

색의 대비를 이용하는 것은 고전적이지만 가장 모범적인 촬영법이다. 주로 선명한 원색이 사용되는데 프레임 속 색의 수가 적을수록 효과가 좋다. 파란 하늘 아래 설경을 담은 풍경 사진이 대표적인 예다. 빨간 우산을 든 사람이 하얀 눈밭 위를 지나가는 모습을 포착하거나 한옥의 단청을 배경으로 삼는 것도 좋다. 흑백으로 변환했을 때 분위기 좋은 사진이 되기도 한다. 초광각, 망원 카메라는 구도 설정에 더 효과적이다. 넓은 설경이 펼쳐진 장소에서는 촬영 화면 아래 0.5x 또는 0.6x로 표기된 초광각 카메라를 실행해 광활한 느낌을 극대화해보자. 3x, 5x 등으로 표기된 망원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은 몰입도가 높아 주제를 강조하기 좋다.

스마트폰 플래시 기능을 활용해 사진을 찍으면 더 극적인 설경 사진이 완성된다. 오른쪽 사진이 플래시 기능을 활용해 찍은 사진. 김성주

시선을 바닥에 가깝게 낮추는 ‘로 앵글’(촬영 대상물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찍는 일) 촬영은 독특하고 역동적인 결과물을 안겨준다. 바닥에 쌓여 있는 눈더미에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주변의 복잡한 요소들이 없어지고 간결한 구도가 완성된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접사 촬영 기능을 활용하면 눈의 질감이 생생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최신 스마트폰은 피사체와의 거리를 인식해 자동으로 접사 모드로 전환되며 최대 3~5㎝까지 근접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한 기능에도 스마트폰 카메라의 판단은 여전히 우리의 직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동 촬영에 맡기기보단 상황에 맞는 기능과 연출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익숙해지면 설경 촬영의 어려움도 눈 녹듯 쉽게 사라질 것이다.

김성주 사진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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