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최근 ‘탈이념’과 ‘실용주의’를 집권용 정책기조로 부쩍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한 정책 토론회를 직접 주재한다. 민주당은 법안 내용 중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특정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조항에 대해 법정 노동시간 제도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며 반대해 왔지만, 이 대표가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주재하는 만큼 전향적 입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 쪽은 2일 언론에 이 대표 주재로 토론회가 열리는 것과 관련해 “아직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은 상태”라며 “토론회에서 노동계와 기업 쪽 입장을 충분히 들어본 뒤 실용주의·탈이념 관점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반도체법과 관련해 정책기조 전환을 위한 수순 밟기에 돌입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대표는 실용주의를 강조한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1일 중국 ‘딥시크 충격’과 관련해 인공지능(AI )개발에 대한 전폭적인 국가 지원을 촉구한 것도 이런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이 대표 쪽이 ‘탈이념’ ‘실용주의’ 기조를 앞세우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보수층 지지기반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뒤 치러질 조기대선의 향배가 중도·무당층의 선택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과 지지층의 외연 확장을 위한 ‘대선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도 정부에 추경 편성을 설득하기 위해선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