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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 시간당 강사료 최저 4만 원으로 책정
세종시는 기존 방과후학교도 시급제 통일
인기 강사 떠나면 수업 질 하락할까 우려
교육 당국 "임금 최저선 구축돼 처우 개선"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전국비정규직교사노조 세종지부 제공


학교에서 아이 돌봄과 방과후교육을 한번에 해결해주겠다며 지난해부터 도입된 '늘봄학교'가 강사들의 생계를 옥죄고 있다. 늘봄 강사료가 방과후학교 강사료 체계보다 열악하게 책정되면서, 방과후학교 강사 임금까지 함께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세종시는 아예 방과후학교 강사료도 늘봄 강사료와 동일하게 변경해, 급여가 반토막이 났다. 이에 실력있는 강사들이 공교육을 떠나고, 수업의 질까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늘봄 시급 4만 원, 강사들 수입 하락 나비효과



교육부는 늘봄 학교 관련 특별교부금을 편성하면서 강사 급여를 시간당 4만원으로 책정해 시도교육청에 줬다. 희망 학생 모두에게 오후 8시까지 돌봄·교육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는 지난해 초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며 올해는 2학년까지 무상 운영된다.

늘봄에 앞서 운영돼온 방과후학교는 수익자(학부모)가 학생 1명당 3만 원 안팎의 강사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학부모에게 '공짜'인 늘봄으로 학생들이 대거 이동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고태경 조직부장은 "방과후학교를 듣던 학생들이 늘봄 교실로 옮겨가면서 인당 강사료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방과후학교 강사 1,1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조 설문 결과를 보면, 늘봄학교 도입 이후 '방과후학교 학생 수 감소 등의 이유로 수입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이 73.7%에 달했다. 응답자 절반(50.9%)은 월평균 수입이 200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교육부는 "시도별로 자체 예산을 추가해 강사 시급을 인상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17개 시도 모두 시급 4만 원을 넘는 곳이 없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세종시 강사들, 급여 절반이 없어져 생계 걱정



특히 세종은 방과후학교 강사의 급여까지 재정 투입 시급제로 바꿨다. 세종시교육청은 부모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육청 관계자는 "늘봄학교는 무상 교육이 정책 취지이기 때문에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고자 수익자 부담형을 없애는 선도적 방식을 택했다"며 "학교·학생 수가 많은 다른 지역은 예산 한계로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강사들은 시급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창의과학 강사인 50대 A씨는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될 때는 학생 1인당 3만1,000원 정도를 받았으니 20명이 듣는 수업 하나로
총 62만 원 정도를 벌었다
"며 "
그런데 시급 4만 원이 적용되면서 같은 수업을 하고도 월 32만 원
(2시간씩 월 4회, 총 8시간)밖에 못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별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별로 특성이 다 다르다"며 "강사료 체계를 중앙에서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비인기 수업은 폐강하고, 실력 있는 강사들 떠나

세종시의 한 방과후학교 교실. 전국비정규직교사노조 세종지부 제공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폐강의 위기도 겪고 있다. 기존에 보육 목적으로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던 1, 2학년이 무상 돌봄 교실로 옮겨가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최저 수강 인원(5~10명)을 채우는 것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예·공예 강사인 B(45)씨는 "서예나 캘리그래피는 비인기 수업인 데다 수강생 중 저학년이 많아서 폐강 가능성이 커졌다"며 "
시급제에 폐강 여파까지 맞물려 수입이 한 순간에 70%까지도 줄어드는 셈
"이라고 말했다.

낮은 급여 탓에 실력 있는 강사들이 교실을 떠나면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체육·댄스 강사인 C(33)씨는 "대부분의 강사들은
사교육을 대체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방과후학교를 학원 수업과 마찬가지로 진행
했다"며 "그런데 이들 급여부터 낮춘다는 건 강사를 '돌봄 시간 때우기용'으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세종시교육청은 "늘봄 교실은 단순 돌봄에 국한하지 않고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라며 "방과후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육의 질이 보장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세종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현장을 떠나려 한다. C씨는 "
앞으로는 생계가 어려워질 정도라 많은 강사들이 학원으로 돌아가려는 추세
"라며 "아이들이 내년 수업도 신청했다고 전해오는데 언제까지 학교에 남을 수 있을지 몰라서 가슴이 미어진다"고 털어놨다.

교육당국의 진단은 사뭇 다르다. 세종시교육청은 "학생 수가 많았던 인기 수업 강사들은 당장 수입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상황이 크게 열악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급여가 낮았던 비인기·소규모 수업 강사들은 시급제로 임금 최저선이 구축돼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고 현장과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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