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우려
선동·교사도 무거운 처벌 주장
지도층 사법 무시 태도 자제 목소리
선동·교사도 무거운 처벌 주장
지도층 사법 무시 태도 자제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지지자들의 불법폭력사태로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복구 중인 20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내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윤웅 기자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로 사법부 내부에선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온라인 ‘좌표찍기’ 방식으로 존재하던 위협이 실제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 법관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지도층이 사법절차를 존중하지 않고 각종 이의 제기나 여론전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20일 “법정 입구를 깨부수고 판사실 문을 파손하고 들어가 수색하는 모습은 판사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모든 법관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부장판사는 “나라가 망하기 직전에나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법원 내부에선 일회성 사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정 사건을 맡은 판사를 향한 온라인상의 살해 협박, 법원에 배달된 ‘근조 화환’이나 공격적 문구의 현수막 등에서 이미 이번 사태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과격한 행동이 전국 법원의 다른 사건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사건이 국민에게 안 좋은 시그널이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누가 이런 민감한 사건을 맡으려 하겠느냐. 판사가 특정 사건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건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큰 손해”라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폭력 사태 당사자들은 물론 선동·교사한 이들도 발본색원해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법원을 폭력으로 공격한다는 건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며 “폭력을 조장하고 선동한 사람들까지 모두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지도층과 변호인들이 극단 행동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종 정치적 사건에서 이들이 법원 판결과 결정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승복하지 않는 모습을 반복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법절차를 지켜야 하는 사회지도층이 선동적인 발언을 일삼고 있으니 상황이 악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좌우를 막론하고 극단적인 정치권 등의 선동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정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 더 공고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 독립, 민주적 법치국가라는 헌정 시스템이 견고한 것처럼 보여도 모두가 함께 지켜주지 않으면 쉽게 깨질 수 있다”며 “정치적 의견이 다를지라도 폭력으로써 사회 시스템을 무력화해선 안 된다는 최소한의 약속이 공고해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고위 법관은 “법원도 이럴 때일수록 정치적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서 적절할 때 확실한 대답을 내는 게 사법부 본연의 임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