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서부지방법원 인근에서 문화방송(MBC) 영상기자를 폭행해 상처를 입은 모습.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흥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문화방송(MBC) 취재진을 폭행해 문화방송이 “언론자유를 유린한 폭거”라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연합뉴스와 한국방송(KBS)도 취재진 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19일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사진기자 ㄱ씨는 이날 새벽 3시께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 현장을 촬영하다 카메라를 뺏으려는 지지자들에게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 목에 건 사원증을 강제로 뺏긴 ㄱ씨는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인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촬영을 이어갔으나, 지지자 8명가량이 따라왔다고 한다. 이들은 ㄱ씨의 카메라를 빼앗아 옥상 밖으로 던지려 하는가 하면 메모리카드를 내놓으라고 강요했다. ㄱ씨는 상황이 다소 잠잠해진 뒤에야 메모리카드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사회부 소속 취재기자 ㄴ씨도 비슷한 시각 서부지법 후문 인근에서 취재하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이들은 휴대전화 단체대화방 내용을 엿보고 ㄴ씨가 기자임을 확인했는데 ㄴ씨 멱살을 잡아 길모퉁이로 끌고 간 뒤 휴대전화 초기화를 요구했다. ㄴ씨의 명함을 가져가기도 했는데 ㄴ씨는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날 정오께 사회부 소속 기자 ㄷ씨도 취재 중 자신을 따라온 지지자 수십 명에게 폭언과 협박성 발언을 듣고 멱살이 잡혔다. 일부는 ㄷ씨에게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둘러 위협하고 ㄷ씨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집단으로 폭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연합뉴스는 “소속 기자들에게 이 같은 폭력을 행사한 성명 불상자들에게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방송도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서부지법 폭력 사태 가담자 10여명이 카메라를 들고 취재 중인 KBS 촬영기자와 영상 취재 보조 인력을 수차례 집단 폭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촬영 장비가 일부 파손됐다”고 밝혔다. 한국방송은 “이번 폭행 사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사법당국에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며 취재진에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를 형사 고발하는 등 강력 대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영상취재기자들의 경우 카메라 메모리카드를 빼앗기는 피해를 다수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은 20일 오전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영상기자들이 심각하게 구타를 당했다. 취재진에게 침을 뱉거나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많이 했다”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취재장비들이 파손되거나 도난당하는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지지자들이 메모리카드를 뺏어갔다’고 말하자 나 회장은 “그렇다. 이게 상당히 심각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메모리카드를 뺏는 행위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시민의 시각에서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을 원천적이고 물리적으로 방해하겠다는 것”이라며 “목격자 없는 내란을 만들고 있는 행위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