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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되면서 ‘공기놀이’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해외 소셜미디어에는 공기놀이 방법을 설명하는 게시글이나 동영상이 줄을 잇는다. 이른바 ‘천재공기’ ‘백두산공기’ ‘바꿈공기’ 등 공기놀이 변칙도 주목받는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1단~5단을 마무리하는 ‘스피드공기’ 달인도 나왔다. 정지윤 선임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되면서 다시 한번 ‘K놀이’ 열풍이 일고 있다. 시즌2는 공개 이후 3주 연속 글로벌 톱10 시리즈 부문 1위 자리를 지켰다. 3주 기록 만으로 넷플릭스 역대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이 됐다(1위는 <오징어 게임 시즌1>). 지난 12일까지 운영된 <오징어 게임> 팝업스토어에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젊은층이 공기놀이를 비롯해 팽이돌리기, 비석치기 등을 즐기며 인증사진을 촬영했다.

전편에서 딱지치기와 달고나 뽑기가 주목받았다면 이번 시즌 최대 관심사는 ‘공기놀이’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 등 해외 소셜미디어에는 “공기를 어디서 살 수 있나(Anyone know where to buy Gonggi?)” “공기놀이해 본 적 있나(Who else is playing gonggi?)” 등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배우 강하늘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공깃돌을 허공에 던져 낚아채는 동영상 조회 수는 틱톡에서 1000만회를 넘겼다. 자갈, 주사위, 심지어 초콜릿 등을 이용한 공기놀이 챌린지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면서 유럽에서 활약하는 축구선수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백승호(버밍엄)도 동참해 화제를 모았다. 뉴진스를 비롯한 K팝 스타들이 공기놀이 하는 영상도 뒤늦게 ‘발굴’돼 인기를 끈다. ‘오징어 게임’ 로고가 새겨진 공깃돌을 사은품으로 내건 화장품 구매 후기에는 “사은품이 더 탐나긴 했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촬영 뒷이야기도 주목받는다. 극중 공기놀이를 하는 강하늘의 손 대역을 맡은 박종남씨는 지난해 12월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2년 10월 결혼식을 이틀 앞둔 저녁에 전화가 왔다. … 밝힐 수는 없지만 글로벌 OTT에 공기하는 손 장면이 필요한데 출연해주실 수 있겠냐고 하더라. 결혼식 하루 전이라 휴가를 내놓아서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협지나 판타지물에 은둔 고수가 등장하듯 공기놀이계에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고수’가 있다. 전남 목포에 사는 임광택씨(58)가 주인공이다. 약 15년 전부터 공기놀이를 시작했다는 그는 1단부터 5단까지 전 과정을 6초대에 끝낸다. ‘세계스피드공기협회’가 주관하는 스피드공기 대회 ‘랭킹 1위’다.

특별한 공깃돌을 쓰는 것도 아니다. 어릴 적 흔히 보던 플라스틱 소재의 일명 ‘크리스털 공기’를 사용한다. 안에 든 작은 쇠구슬을 적절히 더하거나 빼서 무게를 맞출 뿐이다. 최근 온라인쇼핑몰에는 초콜릿이나 주사위 등을 본뜬 공깃돌 등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 공깃돌을 직접 3D 프린터로 만드는 재주꾼도 있다.

임씨는 최근의 공기 열풍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에게 공기놀이의 기본과 각종 변칙, 스피드 랭킹 1위의 비결과 철학 등 공기의 A to Z를 들어봤다.

외국인들이 공기놀이에 도전하는 모습도 ‘Gonggi game’ ‘Gonggi challenge’ 등의 제목으로 동영상 플랫폼에 올라온다. 틱톡 화면 갈무리


■‘공기놀이 어떻게 해?’ 외국인이 묻는다면

한국인에게 익숙한 공기놀이가 해외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단순한 듯 복잡한’ 규칙의 매력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공기 꽤 했다는 이들도 초심자에게 말로 설명해주려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임씨는 “공기놀이를 처음 해보는 외국인이라면 최대한 단순화해서 연습해보라”고 조언했다. 공깃돌을 하나씩 잡는 1단부터 반복해보라는 것이다. 그는 “1단이 익숙해지면 2단만 계속하는 식으로 잘라서 연습하는 게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라고 했다.

공기놀이는 크게 ‘던져 올리기’와 ‘집고 받기’의 반복으로 이뤄진다. 공깃돌 다섯 개를 바닥에 뿌린 다음에 한 개를 집어서 위로 던져올리고, 바닥의 공깃돌을 집어서 떨어지는 돌을 재빨리 받아내는 게 기본 동작이다. 모든 과정은 한 손만 사용해 이뤄진다. 떨어지는 공깃돌을 받지 못하거나 공깃돌을 잡으며 다른 돌을 건드리면 ‘아웃’이다. 놀이를 함께하는 이가 있다면 순서가 다음 사람으로 넘어간다. 실수가 나기 전까지는 1단에서 5단까지 반복하며 점수를 낸다.

1단에서 5단까지 단계의 구분은 직관적이다. 1단은 바닥의 공깃돌을 하나씩 네 번에 걸쳐 잡으면 되고 2단은 두 개씩 두 번에 걸쳐 잡는다. 3단은 각각 세 개, 한 개를 두 번에 걸쳐 잡으며 4단은 네 개를 한 번에 잡으면 된다. 5단은 점수를 내는 단계다. 다섯 개의 공깃돌을 살짝 던져올려 손등에 올린 후 이를 다시 낚아채는 수만큼 점수를 딴다. 이 과정을 흔히 ‘나이 먹는다’고 표현한다. 다섯 개를 모두 잡으면 “다섯 살!” 하고 외치는 식이었다. 교실의 ‘작은 고수’들은 실수 없이 50살까지 가기도 했다.

공기놀이 기본 규칙. 전통문화포털 누리집 갈무리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 공기의 ‘무한한 세계’가 펼쳐진다. 공깃돌을 잡을 때마다 손에 있는 돌을 모두 던져 올려야 하는 ‘천재공기’, 던져 올리는 공깃돌이 머리 높이보다 더 올라가야 하는 ‘백두산공기’, 공깃돌을 새로 집을 때마다 손에 있던 돌은 살짝 내려놓는 ‘바꿈공기’ 등 수많은 변칙이 존재한다. 지역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임씨는 “너무 밍숭맹숭한 이름은 싫다”면서 “어렸을 적 우리 동네에서는 (천재공기는) ‘꽈배기공기’로, (바꿈공기는) ‘알낳기공기’로 불렀다”고 말했다.

재미를 더하고 난도를 올리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 임씨가 택한 건 놀이 속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그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면 1단부터 5단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동작’처럼 이어진다. 임씨는 “공깃돌을 던지는 높이를 낮춰야 하고, 던지고 집고 받고 뿌리는 모든 과정에 틈을 주지 말고 하나로 이어지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해 7월 ‘세계스피드공기협회’가 주관한 스피드공기 대회에서 6.57초를 기록해 ‘랭킹 1위’에 올랐다. 그가 올린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내가 뭘 본 거지” “빨리감기 아닌가?” “밥 먹으면서 보려고 틀었는데 숟가락 드니까 끝났다” “이게 말이 되나”와 같은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되면서 ‘공기놀이’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해외 소셜미디어에는 공기놀이 방법을 설명하는 게시글이나 동영상이 줄을 잇는다. 이른바 ‘천재공기’ ‘백두산공기’ ‘바꿈공기’ 등 공기놀이 변칙도 주목받는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1단~5단을 마무리하는 ‘스피드공기’ 달인도 나왔다. 정지윤 선임기자


‘스피드공기’는 빨리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나름의 규칙이 있다. 먼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준비해 공식 스톱워치를 이용해야 한다. 공깃돌 다섯 개를 쥔 손으로 스톱워치를 누르고 시작하면 된다. 실수가 있다면 그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 5단이 마무리될 때까지 시간을 재면 된다. 1단에서 실수하면 1단부터, 2단에서 실수하면 2단부터 다시 하는 식이다. 이건 ‘오징어 게임’의 규칙과 같다.

세계스피드공기협회는 박대현씨(경남 김해 진영중앙초)를 비롯한 국내 교사들이 모여 결성했다. 교실에서 공기놀이를 더 활성화할 목적으로 만든 단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세계’를 붙여 비장함을 얹은 것은 그만큼 공기놀이가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현재 박씨를 비롯한 교사 10명이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년 여름, 학생들만 대상으로 1회 스피드공기 대회를 열었다가 지난해에는 일반인까지 참여 대상을 확대했다.

박씨는 “공기놀이가 가족 간 대화의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컵 쌓기 놀이도 세계대회(스포츠스태킹)가 있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대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공기놀이는 ‘뉴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세계스피드공기협회가 주관하는 ‘스피드공기’ 대회에서 6.57초 기록으로 랭킹 1위를 차지한 임광택씨. SBS <생활의 달인> 화면 갈무리


임씨가 공기놀이를 시작한 건 약 15년 전부터다. 축산물 유통업에 종사하는 그는 고기를 썰고 뼈를 발라내는 과정에서 손목을 다칠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원래 고기를 유통하는 사람들은 손목이나 손가락이 늘 안 좋을 수밖에 없어요. 한 번은 팔 인대가 늘어나서 두 달 쉬어야 했던 때도 있었죠. (회복하는 과정에서) 운동을 해보려고 ‘턱걸이’를 열심히 했는데 다쳤던 곳을 또 다치더라고요. 무리하지 말고 손가락 운동부터 해야겠다 싶어서 공기놀이를 했던 거예요.”

임씨의 공기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무난한 속도로 1단부터 5단까지 끝내는 게 시시하게 느껴지자 그는 속도를 끌어올렸다. 그는 스피드공기가 그 자체로 운동이 된다고 했다. “여름철에는 20~30분만 해도 땀이 나고 겨울철에도 온몸에 열이 올라와요.” 오른손, 왼손 번갈아 가며 연습하다가 두 손으로 동시에 공깃돌을 가지고 노는 경지에도 이르렀다. 그는 “양손으로 공깃돌을 동시에 뿌려서 하는 게 정말 어려운데 하다 보면 또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 공기놀이는 본격적인 운동에 돌입하기 위한 일종의 스트레칭이기도 했다. “턱걸이 같은 운동을 하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하잖아요. 조금이라도 늘어지면 안 하게 되죠. 운동하기 싫으니까 이거라도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공기놀이를 하면 더 움직이고 싶어져요. 운동하기 싫었던 마음이 사라지는 거죠.” 임씨 인생의 가장 큰 소원은 돈도, 명예도 아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세계스피드공기협회가 주관하는 ‘스피드공기’ 대회에서 6.57초 기록으로 랭킹 1위를 차지한 임광택씨. SBS <생활의 달인> 화면 갈무리


“더 많은 사람이 공기놀이를 일상적으로 즐겼으면 좋겠다”는 그의 소망은 공기놀이가 새로운 스포츠로 자리 잡는 것이다. 공기놀이가 반짝인기에 그치지 않고 오래도록 인기를 얻으려면 “스피드 대회를 자주 열어서 뉴스포츠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대회에 나갈 거냐’고 묻자 그는 “기회가 있으면 나갈 텐데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연습해서 나온다면 우승할 자신은 없다”며 웃었다.

공기놀이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18세기 초 학자 이규경이 집필한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 ‘공중에 돌을 던져 손바닥으로 받는다’는 설명과 함께 ‘들어 올린다’는 뜻의 공(拱)과 ‘바둑돌’을 뜻하는 기(棋)를 합쳐 ‘공기’라고 소개돼 있다. 다른 사료를 통해서도 삼국시대나 더 오래전부터 돌멩이를 던지고 받는 놀이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돌멩이를 던지며 재주를 부리는 모습이 담긴 고구려 수산리고분벽화에서 기원을 유추하는 견해도 있다. 그리스 로마 시대 시인의 기록에서 공기놀이에 대한 언급이 남아 있으며, 유럽 등지에서는 양의 발뼈를 공깃돌 삼아 던지는 너클본즈라는 게임이 전해져온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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