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운데)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초선·재선 대표인 김대식(오른쪽), 엄태영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둘러싸고 이틀째 정면 충돌했다.
김 후보는 6일 당이 자신을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지도부를 겨냥했고, 지도부는 ‘당원과 국민 배신’을 거론하며 김 후보를 압박했다.
양측 간의 충돌 조짐은 이날 오전부터 본격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전날 김 후보의 요구를 수용해 단일화 추진본부를 구성해 위원장으로 유상범 의원을 임명하는 한편, 선거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
그러나 이양수 사무총장은 “유 의원이 오늘 아침 추진본부 회의를 열려고 했고 한 후보 측도 참석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지만, 김 후보 측이 거절해 1차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후보측은 이어 입장문을 내고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 지도부가 선거대책본부 구성과 당직자 임명에도 아직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양측의 충돌은 당이 오는 8∼9일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 소집을 공고하면서 불거졌다.
이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전대는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단일화할 경우 김 후보가 이긴다면 전대가 필요 없고, 한 후보가 만약 이긴다면 전대가 필요한 것”이라고 진화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스스로 하신 단일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 한 후보를 먼저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믿고 우리 당원과 국민은 김 후보를 선택했다”며 “이제 와서 그런 신의를 무너뜨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도 더 이상 우리 당과 우리 후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김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논하기 이전에 국민과 당원에게 드린 약속이 우선”이라고 했다.
한덕수 후보 역시 이날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단일화 실패는 국민에 대한 큰 배신이고 배반이 될 것”이라며 “어느 정치인도, 어느 국정을 하는 사람도 우리 국민의 그런 의지를 감히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의 대선후보와 지도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권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물론 한 후보까지 김 후보가 방문한 대구·경북(TK)으로 내려가 김 후보를 직접 만나 설득과 압박에 나서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후보가 돌연 지방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당 지도부도 다시 발길을 돌렸다.
김 후보는 경주 APEC 준비지원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기습적으로 전국위와 전당대회를 소집했다”며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선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후보로서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 서울로 올라가서 남은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깊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 모임 간사인 엄태영 의원과 초선 의원 모임 간사인 김대식 의원은 이날 경주에서 김 후보를 만나 초·재선 의원들의 단일화 촉구 의견을 전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영환 충북지사 등 국민의힘 시도지사 11명도 성명을 내고 “당장 김 후보와 한 후보가 만나야 한다”며 “단일화 없이는 이길 수 없다. 누구도 이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김 후보는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라며 “만약 판이 깔렸는데도 김 후보가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간 거짓으로 당원을 기만해 경선을 통과한 것이니 마땅히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