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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설득하고 다수의 뜻 세우는 지도자 필요
그 체제 가능한 게 민주주의…탄핵도 연장선상”
김장하 선생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문화방송(MBC) 경남 제공,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퇴임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자신에게 장학금을 주며 지원한 ‘평생의 은인’ 김장하 선생을 2일 경남 진주시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전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만장일치로 결정하기까지 역대 대통령 탄핵 사건에 견줘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를 밝혔다. “재판관끼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탄핵 선고 늦더라도 재판관 만장일치 필요했다”

5일 문화방송(MBC) 경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문 전 권한대행은 2일 김장하 선생과 만난 자리에서 “(탄핵 선고가) 오래 걸린 건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좀 만들어 보려고…. 시간이 조금 늦더라도 만장일치를 하는 게 좋겠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는 2월25일 변론 종결부터 38일 만인 지난달 4일 이뤄졌다. 변론 종결 뒤 노무현 전 대통령(14일), 박근혜 전 대통령(11일) 사건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최장기간 심리를 지속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헌재 선고 결과를 두고 국민 간 갈등이 격화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만약에 몇 대 몇으로 나가면 어떻게 공격하냐면, 그 소수 의견을 가지고 다수 의견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재판관끼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이 헌재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파면되자 우려했던 폭력 난동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파면 선고 직후 일부 지지자들은 ‘국민 저항권’을 강조하며 격앙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으나,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집단적인 난동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문 전 권한대행은 “사건을 보자마자 결론이 서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것을 다 검토해야 결론을 내는 사람도 있다”며 “그 경우에는 당연히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빠른 사람, 급한 사람들이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일 경남 진주시 남성당 한약방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김장하 선생(가운데)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오른쪽에서 두 번째). 문화방송(MBC) 경남 유튜브 갈무리

김장하 선생은 문 전 권한대행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다수결이 민주주의 꽃이라 그러는데 요란한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지배한다,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물은 것. 그러자 문 전 권한대행은 “요란한 소수를 설득하고 다수의 뜻을 세워나가는 지도자가 나타날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런 체제가 가능한 게 저는 민주주의라 생각하고 이번에 탄핵도 그런 연장선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장하(81) 선생은 경남 진주에서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며 39살이던 1983년 진주에 세운 명신고등학교를 1991년 국가에 헌납했고, 1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그중 한 명이 문 권한대행이었다. 문 전 권한대행은 고등학교 2학년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2019년 국회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김장하 선생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며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 하였고, 그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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