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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아닌 쉼터 된 공장 카페

랭크뉴스 2025.04.26 06:44 조회 수 : 0

휴식 제일
| 창원·충주·청도·부산·강화 | 글·사진 김수진 여행작가

부산 테라로사 수영점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지드래곤이 ‘삐딱하게’ 외친 노랫말이 어디 사람과 사랑에만 해당하겠는가. 공간도 마찬가지다. ‘열일’의 상징인 공장이 어느 날 쉼의 아이콘인 카페로 변신했다.

카페가 된 공장에는 둔탁한 기계 소리와 노동의 땀 냄새 대신 부드러운 음악 소리와 진한 커피 내음이 감돈다.

여행의 목적지로 삼아도 아깝지 않을 만한 전국의 공장 개조 카페를 모아봤다.



바다가 보이는 버스 차고지

마산 브라운핸즈


브라운핸즈. 가구 디자인 브랜드로 출발했는데 어쩌다 카페로 더 유명해진 이름이다. 2014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낡은 자동차 정비소를 쇼룸 겸 카페로 재탄생시킨 일이 계기가 됐다. 건축물의 정체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공간을 재생했는데 그게 사람들에게 통했다. 이후 병원, 공장 등 전국 각지의 버려진 건축물이 브라운핸즈라는 이름을 달고 감각적인 재생 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 도곡점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연 브라운핸즈 마산점은 버스 차고지 겸 정비소를 개조했다. 마산이 창원시에 속하는 구(區)가 아니라 경상남도 대표 도시로 역할 하던 시절, 마산에는 시민버스라는 운수업체가 있었다. 마산에서 가장 큰 운수업체로, 전국 최초로 천연가스 버스를 도입하고 자체 CNG 충전소를 설치할 정도로 잘나갔다.

무릇 꽃 같은 시절은 영원하지 않은 법인지 공교롭게도 2010년 같은 해에 마산시도, 시민버스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몇년 후 바다가 내다보이는 가포에 있던 시민버스 차고지 역시 철거 위기에 처했다. 이 소식을 접한 브라운핸즈 측의 제안으로 차고지는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2015년 일이다.

문을 연 지 10년째. 여전히 낡은 모습 그대로 신선함을 선사한다. 늙어도 늙지 않는 것, 신축 카페는 감히 꿈꾸지 못할 업사이클링 카페의 강점이다. 허름한 버스 전용 주유소, 카페 입구의 빛바랜 ‘안전제일’과 내부의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문구, 버스 정비에 사용하던 장치들… 시간이 멈춘 장면들에 자꾸 눈길이 머문다.

충주 활옥미분공장카페


활석 광산에 고추냉이?

충주 활옥미분공장 카페


요즘 충주 여행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명소, 바로 활옥동굴이다. 한때 아시아 최대 활석 광산으로 명성을 날렸던 곳으로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변신했다. 웅장한 규모만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특히 동굴 속 호수에서 카약을 타는 이색 체험으로 유명하다. 또 다른 인기 스타는 동굴에서 키우는 고추냉이! 엄밀히 얘기하자면 그 고추냉이를 넣은 ‘와사비 아이스크림(사진)’이다.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고추냉이를 동굴 안에서 키워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결합한 것.



아이스크림을 맛보려면 동굴 입구 맞은편에 자리한 활옥미분공장 카페로 가야 한다. 광산 시절 채광한 활석을 곱게 갈아내던 공장을 개조한 공간이라 분위기가 독특하다. 광물을 분쇄하던 대형 기계를 중심으로 노란 안전모와 광부 그림으로 인테리어 포인트를 살렸다. 동시에 나무 테이블을 배치해 금속의 차가움을 중화시켰다.

동굴의 특징을 살린 시그니처 메뉴도 주목할 만하다. 동굴에서 생산한 고추냉이를 활용한 ‘와사비 아이스크림’과 ‘와사비 라떼’를 비롯해 동굴 속 호수 빛을 재현한 ‘활옥 에이드’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달콤함 사이사이 기습적으로 찾아오는 알싸함이 매력적인 와사비 아이스크림은 안 먹으면 손해!

잿빛 건물 채운 초록 아보카도

청도 버던트


감과 소싸움으로 유명했던 청도가 요즈음 카페 여행지로 뜨고 있다. ‘논밭 뷰’ 성지인 엘파라이소365와 오브제토, 물놀이장과 눈놀이장을 갖춘 오르비에토, ‘물멍’ 명소인 원리73 등 개성 만점 카페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카페 투어 리스트에 올려야 할 곳이 한둘이 아닌데 폐공장을 개조한 카페 버던트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경북 섬유산업 활황기에 청도에도 관련 공장이 많았으나 산업 구조 변동에 따라 문을 닫는 곳들이 생겼다. 버던트가 자리 잡은 공간도 그중 하나다. 대형 화학섬유 직물 직조 공장이 베이커리 카페로 변신했다.



철제문과 벽돌 기둥으로 만든 출입구부터 콘크리트 메인 건물까지 여전히 공장 시절 형태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어딘가 더 힙하다. 잿빛 지붕 위에는 휘갈겨 쓴 듯 버던트(verdant)라는 글자가 올려져 있다. ‘신록의, 푸릇푸릇한’이란 뜻이다. 묵직한 철문 뒤 펼쳐지는 복도식 정원은 푸릇하고, 콘크리트 벽면 속 창에 담긴 풍경은 싱그럽다.

초록빛 아보카도를 활용한 시그니처 메뉴도 이름값 한다. 크리미한 아보카도 사이로 에스프레소가 소용돌이치는 아보카도 커피를 필두로, 아보카도 스무디, 아보카도 초코, 아보카도 샌드위치 등이 대표 메뉴로 꼽힌다. 매장 한쪽에 잔뜩 쌓아둔 아보카도 상자를 보는 순간, 아보카도를 듬뿍 넣는다는 설명에 확실히 믿음이 간다.

와이어 공장의 추억

부산 테라로사 수영점


아직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던 2002년, 강릉 어느 시골 동네에 테라로사 첫 매장이 문을 열었다. 커피 맛집이라는 입소문을 타더니 전국 각지에서 커피 좀 안다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국에 20여 개 매장을 둔 한국 대표 커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흔히들 테라로사는 어느 지점을 가든 커피 맛이 ‘평타는 친다’고들 한다. 여기에 ‘평타 이상 치는’ 공간미가 더해진다. 본점인 강릉의 커피 공장부터 최근 문을 연 ‘능 뷰’ 품은 경주의 한옥 매장까지, 공간 미학이 돋보이는 곳이 많다.

테라로사 수영점은 복합문화공간 F1963 내에 자리한다. 이곳은 원래 부산 토종기업인 고려제강이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부산 광안대교를 지지하는 와이어로프도 이곳에서 생산됐다. 한동안 방치되어 있던 공장은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F1963 안에는 전시관, 서점, 도서관 등 여러 시설이 공존하는 가운데 테라로사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테라로사는 와이어 공장의 정체성을 공간 디자인에 확실히 담았다. 천장에는 공장 골조가 그대로 남아 있고, 금속 와이어와 녹슨 기계가 곳곳을 장식한다. 와이어를 감아서 쓰던 통(보빈)은 테이블로, 공장의 철판들은 커피 바로 활용된다. 차가운 금속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모금, 유독 깊고 짙게 혀끝에 와닿는다.

작업대·염색조의 대변신

강화 조양방직


1933년 설립된 방직 공장은 2018년 미술관 카페로 변신했다. 옛 방직 공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린 이색적인 분위기에 금세 핫플로 등극했다. ‘오픈빨’이 아니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주말이면 주차가 힘들 정도로 붐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관광 특화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한국관광데이터랩을 확인해봤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강화군 지역 맛집(식음료) 연간 순위에서 조양방직이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조양방직은 일제강점기에 민족 자본으로 처음 설립한 방직 공장으로 국내 섬유산업을 주도하며 전성기를 누리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쓰임을 잃고 폐허처럼 방치되었던 공간이 다시금 조양방직이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난 건 고미술, 골동품 전문가인 이용철 대표의 안목 덕분이다. 처음에는 건물 훼손이 심각해서 그도 선뜻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결국 ‘우리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방직 공장의 큰 골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대규모 작업대는 테이블로, 염색조는 연못으로 변신시켰다. 덕분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공간이 완성됐다. 어디에 카메라를 갖다 대도 레트로 감성 사진을 건질 수 있는 분위기. 흡사 런웨이 같은 카페 중앙의 긴 통로가 베스트 포토존이다. 사진 찍을 포인트도 구경할 전시품도 생각 이상으로 많다. 그러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방문할 것.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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