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복도에서 F로 시작하는 욕설이 날아다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는 충돌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장면을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상황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23일(현지시간) 복수의 목격자와 소식통을 인용해 “두 중년 억만장자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에서 WWE(프로레슬링)를 방불케 하는 싸움을 벌였다”고 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두 사람 간 갈등을 보도했지만, 욕설이 오간 충돌 상황까지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툼의 발단은 국세청(IRS) 국장 대행 인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머스크가 추천한 게리 셰이플리를 임명했다. NYT는 베선트가 본인 몰래 인사를 추진했다며 분노했다고 전했다. 베선트는 마이클 포크엔더 재무부 차관을 내정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7일 백악관 회의에서 베선트는 머스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개선기구(DOGE)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고, 머스크는 베선트를 “실패한 헤지펀드 운용자”라고 되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베선트의 손을 들어줬고, 머스크가 추천했던 게리 셰이플리는 임명된 지 사흘 만에 물러나는 굴욕을 겪었다.한 목격자는 “집무실 안에서는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복도에 나와서는 서로 고성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베선트가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퍼붓자, 머스크가 ‘더 크게 말해봐’라고 맞받아쳤다”고 전했다.
언성이 올라가자 보좌관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고, 이 장면은 마침 백악관을 방문 중이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귀에도 들어갔다고 한다.
머스크와 베선트의 악연은 트럼프 2기 출범 전 인수위원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머스크는 하워드 러트닉을 첫 재무장관으로 추천했지만, 트럼프는 베선트를 택했고 러트닉은 상무장관으로 기용됐다. 이후 두 사람은 재무부 요직 인사를 놓고도 잦은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백악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건강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의견 차이”라고 일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열정적인 인사들로 팀을 구성했으며, 우리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악시오스는 “머스크와 베선트 모두 화해할 뜻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번 판은 베선트가 이겼지만, 나라면 머스크 같은 인물을 적으로 두진 않겠다”고 악시오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