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5년→10년 선고…어린 자녀 양육 노력 사정 등 참작
이혼 접수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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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별거 중인 아내와 양육갈등을 빚던 중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격분해 마구 때려 살해한 남편이 항소심에서 형량을 감경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23일 살인과 가정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8)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2일 강릉에서 아내 B씨를 주먹으로 때리고는 양손으로 머리를 잡아 아스팔트 바닥에 내리치고, B씨의 머리를 발로 강하게 여러 차례 밟아 미만성 뇌손상으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2월 11일 지인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서로를 폭행했고, 이 일로 B씨가 집을 나가면서 별거 중이었다.
A씨 부부에게는 2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별거 이전부터 두 사람은 양육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별거 이후 갈등은 극에 달했다.
서로 양육책임을 전가하면서 '상대방이 자녀를 학대하고 유기했다'며 여러 차례 112신고 하거나 아동학대로 고소했고, B씨가 A씨를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11년간의 결혼생활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춘천지법·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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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별거 중인 B씨의 외도 소문이 사실인지 직접 확인하고, 이를 이혼소송의 유리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B씨의 집 근처를 찾은 A씨는 그곳에서 B씨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극도의 분노를 느낀 A씨는 "네가 보육원에 애들을 맡겨놓고 바람피우는 게 말이 되냐"고 소리치며 범행을 저질렀고, 결국 뇌를 심하게 다친 B씨는 40여일 만에 미만성 뇌 손상으로 목숨을 잃었다.
A씨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며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많은 사람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부부로 지내온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받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친부에 의해 친모를 잃고 살아가야 하는 어린 자녀들이 앞으로 겪을 괴로움과 난관은 평생 극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점, 우발범행으로 보이는 점, 합의로 보기에는 의미가 충분하지 않지만 피해자의 친부와 합의한 점, 자녀들을 위해 뒤늦게나마 노력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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