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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 대신 직무 중심 보상
해외선 보편적… 日도 도입 확대
롯데 “직원 대상 설명회 진행 예정”

롯데그룹이 개인이 맡은 업무와 전문성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직무 기반 HR(인사관리)’을 계열사 전체로 확장하기로 하면서, 이른바 ‘직무급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직무급제는 국내 일부 공공기관과 소수 민간기업만 도입했다. 대기업은 직원 반발로 도입이 어려웠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일반화됐고,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일본도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23일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직무급(Job-based pay)은 직무의 난이도와 책임의 정도에 따라 직무의 가치를 결정하고, 그 가치를 보수와 연결한 보수체계로 정의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책정하고 그에 맞는 임금 수준을 제공하는 것이 취지로, 근속·연령 등 속인(屬人)적 특성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는 것을 지양한다.

그래픽=정서희

韓 대기업, 대부분 호봉제·연봉제 혼합해 활용
국내 대기업은 과거 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를 채택했지만, 최근에는 호봉제와 연봉제가 혼합된 형태의 임금 체계가 보편화되고 있다. 호봉제는 근속 연수(근무 연차)에 따라 임금이 자동 상승하며, 연봉제는 성과, 직무, 시장 가치 등을 기준으로 연간 보수를 책정한다. 많은 기업이 기본급은 호봉제 방식으로, 성과급이나 보너스는 연봉제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와 달리 직무급제는 같은 회사에 다니더라도 같은 회사 내에서도 직무 중요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제도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선 직무의 내용, 상황, 직무 요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직무분석 과정이 필수적이다. 롯데그룹 역시 지난해부터 각 계열사 내 직무의 난도와 중요도에 따라 레벨 1부터 5까지 5개 등급으로 분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직무 기반 HR’ 인사제도는 직무 가치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보상을 차별화해 업무 생산성을 강화하는 것이 도입 목표다. 직무에 따라 보상이 갈린다는 점에서 직무급제의 성격을 갖는다. 그간 롯데는 국내 주요 기업 중 인사 체계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봉제를 도입한 시기도 2018년으로 주요 기업 중 늦은 편이었다.

롯데그룹이 인사·임금제도 개편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주력 사업의 부진으로 그룹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던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조8256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고, 올해도 수천억원대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통 부문을 대표하는 롯데쇼핑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롯데건설도 서초구 본사 사옥의 매각을 검토하는 등 유동성 확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지주 및 주요 계열사들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임원 급여의 10~30%를 자진 반납하는 등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해외선 보편적인 직무급제… 日도 도입 추세
한국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직무급제가 널리 통용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70년 ‘동일임금법’이 통과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자리 잡았다. 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영국 기업 98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77.6%가 공식적인 직무평가 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도 기업, 공공기관, 병원, 학교 등 다양한 조직에서 직무급제를 활용한다. 구글은 같은 직무라도 팀이나 지역별로 세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IBM도 직무 설명서와 등급별 기준에 따라 급여·성과급·승진 조건을 명확히 설정하고 있다.

연공서열을 중시해 한국과 유사하다고 평가받는 일본도 최근 직무 중심 보상 체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 최대 통신그룹 NNT는 2021년 9월 직무급제 도입을 선언하고 직무 등급을 중요도에 따라 6단계로 구분했다. 이후 기존의 기본급, 역할·직무수당으로 구성된 월례급을 직무급으로 전환했다. 완성차 업체 도요타도 2019년 과장급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연공서열에 따른 정기 승진을 폐지했고, 2021년 생산직까지 확대했다.

다만 여전히 유교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에서 직무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충분한 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물류기업 DHL은 지난 1977년 한국에 진출했고, 2007년 한국 지사에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당시 DHL이 진출한 국가들 가운데 가장 도입 시기가 늦었는데, 직원 설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DHL코리아의 1톤 전기 배송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DHL코리아 제공

DHL은 2003년부터 2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직원을 대상으로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고, 내부적으로도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꾸준한 설득 과정을 거쳤다. 점진적으로 직원 공감대를 넓힌 DHL은 2007년 직무급제 전면 도입에 성공했다.

직원 설득이 관건… 롯데 “설명회 등 절차 거칠 것”

롯데는 올해 롯데백화점, 롯데웰푸드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해당 인사제도를 도입한 뒤 향후 전체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과제로 남았다. 롯데 계열사에 다니는 한 직원은 “인사제도 개편을 그룹 전체로 확대 적용한다는 통보도 아직 받지 못했는데, 소문으로 접하게 됐다”라며 “임금체계 개편은 직장인 입장에서 중요한 이슈인데, 다소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내부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2022년 보고서를 통해 “직무급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어떤 직무의 업무 강도 등을 노동시장 내 다른 유사 직무와 비교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 기준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성공적인 직무급제 운용을 위해선 정확한 임금 정보 조사·데이터 구축으로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하며, 노사정 주체들도 기준을 설정하고 합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롯데는 신규 인사제도 도입이 예정된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등 각종 절차를 준비 중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계열사마다 인사팀이 중심이 돼 여러 제반 사항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일정에 맞춰 직원들에게 바뀌는 인사 제도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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