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샤먼항공이 반송한 두 번째 보잉 여객기 737MAX8이 22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보잉 공장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말레이시아와 인도가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이 반품한 보잉 여객기를 대신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보잉 여객기 구매를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할지 주목된다.
인도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22일(현지시간) 인도 항공사인 에어인디아가 중국에서 인수를 중단한 보잉 여객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타타그룹 소유의 이 항공사는 혁신을 위해 추가 항공기가 필요하다”면서 “미·중 무역 갈등 속에 이익을 보려 하는 다른 아시아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어인디아는 2019년에도 중국이 안전성을 이유로 운항을 중단시킨 737맥스 항공기 41대를 대신 인도받은 적이 있다. 매체는 “글로벌 공급망의 한계로 항공기 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 항공사들이 중국 당국의 보잉 여객기 인수 거부 지시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중국 항공사들은 약 100대의 737맥스와 11대의 787드림라이너를 인수할 예정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인도 항공사가 원하는 기종”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21일 말레이시아 국영 통신사인 베르나마를 인용해 말레이시아항공의 모회사인 말레이시아항공그룹(MAG)이 보잉과 신규 항공기 구매를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MAG 최고경영자(CEO) 이잠 이스마일은 미·중 관세 전쟁으로 보잉의 여객기 인도에 여유가 생기면 항공기를 조기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베르나마에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신규 여객기 수요가 늘었지만, 보잉은 공급망 병목 현상과 노동자 파업, 당국의 규제와 조사 등으로 인도 일정을 늦추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부펀드가 소유한 MAG는 2030년까지 보잉에서 55대의 신형 737맥스 여객기를 도입해 운항할 계획이다. 지난달 737맥스8 항공기 18대와 737맥스10 항공기 12대를 구매하기로 했고 에어리스 코퍼레이션으로부터 737맥스 제트기 25대를 임대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스마일 CEO는 “보잉 항공기를 추가 인수하는 것은 기존 계약과 별도”라며 “자본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18일 동남아 3개국 순방 기간에 국빈 방문해 “미국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자”고 요청한 국가다. 중국이 반품한 보잉 항공기를 말레이시아가 구매하면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시 주석의 구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중국 샤먼항공에 인도될 예정이던 보잉 737맥스 항공기는 19일과 22일 각각 1대씩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보잉 공장에 도착했다. 샤먼항공용 도색까지 완료한 이 항공기는 중국 저장성 저우산에 있는 보잉의 최종작업센터에서 마감작업을 마치고 인도 대기 중이었다. 이곳에는 다수의 보잉 737맥스 여객기가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