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백악관 충돌' 이후 두 달만
"항상 미국과의 대화 준비돼 있다"
궁지 몰린 우크라... "러 대화도 가능"
"항상 미국과의 대화 준비돼 있다"
궁지 몰린 우크라... "러 대화도 가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2일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각국 정상들이 참석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휴전 협정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바티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항상 미국과의 회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나 대화한다면 이는 올해 2월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의 충돌 이후 첫 만남이다. 종전 협상안을 논하기 위해 만났던 둘은 당시 서로에게 고성을 지를 정도로 강하게 맞부딪혔지만,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하며 관계가 다소 완화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현재까지 미국 새 행정부로부터의 지원 합의나 세부 사항 논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미국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구매하겠다는 제안에 대한 답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다소 절박한 상황이다. 러시아와의 전선에서 크게 밀리고 있어 휴전이 시급한 데다, 미국이 "더 이상 진전이 없다면 평화 협상에서 손을 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휴전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에 은근한 양보를 바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를 계기로 세계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번 기회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겐 일종의 '돌파구'인 셈이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평화 조건을 신속히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하고 전쟁 전선을 동결하는 방안을 우크라이나에 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