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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88년 생애
전 세계 깊은 슬픔…고국서도 ‘눈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성당에 모인 사람들이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 슬퍼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교황 선출 전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를 지냈다. 로이터 연합뉴스


첫 미주 지역·예수회 출신

1300년 만의 비유럽 교황


화려한 의상·차·주거 거부

성범죄 성직자 해임안 서명

바티칸 은행 ‘검은돈’ 개혁

성소수자에도 전향적 태도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본명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은 2013년 3월 보수파와 개혁파 추기경들의 지지를 두루 얻어 제266대 로마 가톨릭 교황으로 선출됐다. 미주 지역 출신의 첫 교황이자 첫 예수회 출신 교황, 서기 8세기 이후 1300년 만에 비유럽 지역에서 배출된 교황이었다. 허례허식 없이 검소했고 낮은 곳에서 빈민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아 청빈한 사제, 행동하는 성직자로 불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22세에 예수회에 들어가 56세이던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보좌주교로 서품을 받았다.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 됐으며 200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고령을 이유로 2013년 2월 말 사임하면서 77세이던 그해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는 ‘빈자의 성인’으로 알려진 13세기 성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사용한 최초의 교황이다. 교황에 오르기 전 그는 성직 기간의 대부분을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가난한 자들의 목자로 활동했다. 대주교 시절에도 주교관 대신 허름한 아파트에 살았다. 경제 불평등과 소외계층을 외면하는 아르헨티나 정부를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파격과 개혁의 아이콘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격과 개혁의 아이콘이었다. 즉위식에서는 반짝이는 빨간 구두나 금으로 된 십자가 목걸이, 레이스 장식이 달린 수단(사제복) 등 전임 교황들이 입던 예복을 입지 않고 검은색 구두와 철제 십자가 목걸이, 레이스 장식 없는 수단을 선택했다. 전임 교황들이 방탄 리무진을 탔던 것과 달리 방탄차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주로 소형 차량을 이용했다. 또 넓은 펜트하우스 대신 성직자들과 손님이 묵는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했다.

2017년 2월에는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집전한 아침 미사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일부 가톨릭 신자들의 행태를 비판하며 “위선적인 가톨릭 신자보다 무신론자가 더 낫다”고 말해 교계를 놀라게 했다. 2019년에는 역대 교황 최초로 여성과 무슬림에게 세족식을 거행했다.

가톨릭의 고질적 병폐를 도려내기 위한 개혁에도 나섰다. 그는 성직자의 성범죄를 두고 “사탄 숭배만큼 추악한 일”이라며 취임 직후 아동 대상 성범죄를 은폐한 주교를 해임했다. 2014년 교황청 산하에 아동보호위원회를 설치했다.

냉전 시절 마피아의 돈세탁 창구로 활용되는 등 ‘검은돈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쓴 바티칸은행에 대한 개혁 조치도 단행했다. 2014년 바티칸은행장에 민간 금융인을 임명하고 장부에 적혀 있지 않은 계좌 4800여개를 없앴다.

임신중지, 여성, 성소수자 문제에서도 전향적 태도를 취했다. 2013년 7월 “만약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과연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며 동성애 사제들을 옹호했다. 2016년에는 모든 가톨릭 사제에게 ‘임신중지 여성의 죄’를 특별사면하는 권한을 영구적으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임신중지를 ‘죄’로 보는 가톨릭 원칙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영구 사면은 이 문제를 우회해 전향적으로 포용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6년 8월엔 여성 부제 서품의 허용 여부를 검토하는 위원회를 창설했다. 2023년 12월에는 ‘동성 결합은 이성 간 결혼만을 인정하는 교회의 교리를 훼손하는 것이기에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깨고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허용했다. 교황은 난민 문제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웃의 고통에 둔감해선 안 된다” “예수도 난민이었다”고 한 그는 2016년 11월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특별미사에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온 노숙인과 빈민, 피란민 6000여명을 초대했다.

미완의 개혁

그러나 교회 내부 개혁의 성과는 미진했다. 그가 설치한 아동보호위원회는 사실상 가동이 중단될 정도로 파행을 빚었다. 바티칸은행에 대한 개혁 역시 근본을 건드리진 못해, 이전의 횡령·부패 사건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교황청 관료 조직 등 기득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 부제 서품을 검토하겠다던 교황은 정작 여성 사제에 대해서는 “영원히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동성애자를 심판하지 못할 것”이라 했지만 동성 결혼 자체에는 반대했다.

교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체로 중립을 유지했으나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권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교황은 2024년 3월10일 공개된 스위스 공영방송 인터뷰에서 “국민을 생각하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면서 협상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살려고 하는 사람과 당신을 파괴하려는 사람을 중재하려면 2500㎞ 떨어진 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 시절 저항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예수회 아르헨티나 교구장이었던 그가 동료 신부 2명이 끌려가 고문당하는 것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그가 암암리에 목숨을 구한 이들의 명단, 즉 ‘베르고글리오 리스트’가 이후 공개됐다.

교황은 2023년 10월7일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 중 벌어진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을 “잔학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교황은 또 전쟁이 시작된 후 매일 밤 가자지구 내 성가족성당에 전화해 성직자와 피란민들의 안부를 묻고 이들을 위로했다.

교황은 최근 몇년간 건강이 크게 악화했다. 지난 2월14일에는 폐렴으로 로마 제멜리병원에 입원해 생사의 고비를 넘으며 투병하다 건강이 호전돼 지난달 23일 퇴원했다. 그는 퇴원하던 날 병원 창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신자 수백명을 축복했고 감사 인사를 했다. 선종 전날이자 부활절 대축일이었던 20일에는 바티칸을 방문한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비공개 면담했고 미사에도 깜짝 등장했지만 이날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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