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을 비판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인 현지시각 20일 바티칸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을 만나 '이주민 포용'을 당부했습니다.
백악관과의 긴장 완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에 간접적으로 정책 변화를 촉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만남은 예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교황 거처에서 몇분간 이뤄졌습니다.
지난 18일 사흘간의 일정으로 로마를 방문한 밴스 부통령은 교황에게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건강이 좋아진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만나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과 그의 세 자녀를 위해 부활절 초콜릿 계란 세 개와 바티칸 기념 넥타이, 묵주 등의 선물을 줬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떠나기 전 "교황님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번 만남은 교황이 최근 미국의 이민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해온 상황이라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짧지만 상징적인 회동"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이민자 추방 계획을 둘러싼 공개 논쟁 이후 바티칸과 백악관 간의 긴장 완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밴스 부통령 역시 교황과의 만남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 기간에 잠깐이라도 교황과 만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밴스 부통령과의 만남 후 교황은 부활절 메시지에서 이주민과 소외계층에 대한 더 나은 처우를 거듭 호소하고, 우크라이나에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교황은 "취약계층, 소외계층 그리고 이민자들을 향한 경멸이 얼마나 심각한지!"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교황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날 이탈리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을 추진한다면 '수치'가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2월엔 미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미국이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민자 추방은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또 밴스 부통령이 이민단속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가톨릭 개념 '사랑의 순서'(Ordo amoris)을 언급한 것과 관련, "교리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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