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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으로 보내진 2마리 동물원서 사육 방침
‘동물 선물 지양’ 내용 담은 법률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진 2마리 동물원서 사육 방침
‘동물 선물 지양’ 내용 담은 법률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6월10일(현지시각)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한 호텔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투르크메니스탄 국견인 알라바이를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 뒤 사저에 머물고 있으나, 윤 부부가 지난해 6월 투르크메니스탄 순방 당시 선물 받은 국견 알라바이 두 마리는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계속 지내게 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반환’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강아지는) 정상 간에 받았다고 해도 키우던 주인이 키워야 한다”고 말한 점이 회자되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1일 서울대공원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대통령기록관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바이 ‘해피’와 ‘조이’를 앞으로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위탁해 사육할 방침이다. 생후 40일 무렵 한국에 들어온 해피와 조이는 한동안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지내다가 지난해 11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대통령실은 “생후 7개월을 맞은 해피와 조이는 앞발을 들었을 때 170㎝가량 되고 체중도 40㎏이 넘는 대형견으로 성장”했다면서 “서울대공원을 알라바이 전담 사육 기관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대형견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어 알라바이가 생활하는 데 최적의 공간으로 평가된다”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11월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이동한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바이 해피와 조이가 산책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개·고양이 11마리를 키우면서 그동안 동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기 때문에,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부부가 이 알라바이 두 마리를 사저로 데려갈지에 관심이 쏠렸다. 강아지 시절을 약 5개월간을 관저에서 함께 보냈을 뿐 아니라, 지난 2022년 3월 임기를 마친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개 ‘곰이’와 ‘송강’을 어찌할지 관심이 모아진 상황에서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이 “강아지는 일반 선물과 다르다”며 키우던 사람이 계속 키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재임 중 선물 받은 동물들의 관리·보호에 여러 논란이 이는 배경에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이 있다. 현행법은 대통령이 직무 중 받은 선물은 동·식물도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해 퇴임 이후엔 ‘대통령기록관’으로 소유권과 관리 의무를 이관하기 때문이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퇴임 당시 ‘곰이’와 ‘송강’을 사저로 데려가며 대통령기록관장과 위탁 계약을 맺은 뒤, 추후 관련 법령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선물 받은 동·식물을 ‘기관 또는 개인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와 ‘수탁받은 기관 또는 개인에게 예산 범위 내에서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안이 끝내 통과되지 않으면서 문 전 대통령은 퇴임 8개월 뒤인 2022년 11월 풍산개 두 마리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해야 했다. 이후 풍산개 두 마리는 대통령기록관이 광주 우치동물원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동물원에 보내졌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6월 투르크메니스탄 국견을 선물로 데려오자 국내에서는 입국 전부터 ‘동물 외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당시 한겨레도 ‘투르크 국견의 예정된 동물원행…책임지지 않는 ‘동물외교’ 기사를 통해 여러 전문가의 비판적 의견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환경과 맞지 않는 개를 선물로 받아와 처음부터 ‘동물원행’을 고려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며, 인간과 강한 유대를 맺도록 진화한 반려견을 ‘전시 동물’로 사육하는 것은 동물복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원은 개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경험·놀이 기회를 제공하기 어려운 시설”이라면서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동물원은 생물다양성 보전의 필요성을 교육·연구하는 기관으로, 개를 전시하는 것은 동물원의 기능·명분 측면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으러 이동한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바이 ‘해피‘와 ‘조이’가 동물원 내부를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9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선물로서 동물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동·식물인 대통령 선물의 경우 기관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고 예산 범위에서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법에는 이관된 동·식물의 사육비용 관련 규정도 없어, 서울대공원·우치동물원은 자체 예산으로 대통령기록물인 동물들의 사육 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