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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일일 체험…갓난아기 보살피듯 돌봐야
어르신 이동·식사·양치질 등 일거수일투족 살피며 긴장
휠체어 앉힐 땐 등에서 땀이…다음날까지 근육통 시달려
고강도 노동·열악한 처우로 요양보호사 인력 만성 부족


어르신 천천히 드세요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3일 오전 경기 양주시의 가연재활요양원에서 인턴기자가 어르신의 식사를 돕고 있다. 2025.4.21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근무하는 9시간 동안 의자에 10분 이상 앉아 있질 못했다.

잠시나마 숨을 고르며 의자에 앉을 수 있었던 건 낮 12시가 다 돼서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좌불안석이었다. 언제 도움을 요청하는 벨이 울릴지 몰랐기 때문이다.

초고령 시대. 요양보호사 일일 체험은 몸도 마음도 무겁게 만들었다.

요양보호사 1명이 어르신 6.5명 돌봐…잠시도 안심 못 해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은 갓난아기를 보살피는 것과 같았다. 한눈파는 사이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일거수일투족을 살펴야 했다.

지난 3일 오전 8시 경기 양주시의 가연재활요양원.

주간 근무 요양보호사가 야간 근무자에게 밤사이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인수인계를 받고 업무에 돌입했다.

기자도 요양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1층부터 3층까지 각 층에 계신 어르신들과 요양보호사분들께 인사를 드린 후 2층 담당으로 배정됐다.

2층엔 총 13분의 어르신들이 계셨는데, 이날 주간 근무를 맡은 요양보호사는 총 2명뿐이었다. 1, 3층에도 각각 10명 내외의 어르신이 계시지만 주간 근무 요양보호사가 2명이긴 마찬가지였다. 요양보호사 1명이 6.5명의 어르신을 돌봐야 하는 것이다.

식사는 제때제때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3일 오전 경기 양주시의 가연재활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와상 환자 어르신에게 경장영양제를 투입하고 있다. 2025.4.21


요양원에 계신 대부분의 어르신은 직접 걷지 못하시기 때문에 휠체어를 타야만 이동이 가능하다.

휠체어 교육을 맡은 작업치료사의 설명에 따라 휠체어 태우기 시뮬레이션을 한 번 해보고 곧바로 한 어르신을 휠체어에 앉히려 했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르신을 휠체어에 앉힐 땐 요양보호사가 오롯이 모든 힘을 쓰려고 하지 말고 어르신이 쓸 수 있는 근육을 충분히 쓸 수 있게 해 서로 불필요한 힘을 들이지 않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선 어르신을 옮기는 데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들어갔고 또 어느 부분에서 힘을 풀어야 하는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휠체어 교육을 마친 오전 10시께 2층 안내 데스크에선 갑자기 벨이 정신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혼자 휠체어를 끌고 화장실에 간 어르신이 변기에서 휠체어로 몸을 옮기던 중에 그만 바닥으로 쓰러지고 만 것이다.

다른 방의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헐레벌떡 달려나온 요양보호사 2명과 함께 달라붙어 어르신을 겨우 일으켜 휠체어에 앉히고 침대로 이동해 상태를 살펴봤다. 큰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요양보호사들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렇듯 요양원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다 힘을 써야 하는 일이었다.

온 힘을 다해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3일 오후 경기 양주시의 가연재활요양원에서 인턴기자가 어르신을 휠체어에 앉히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다. 2025.4.21


식사 시간도 10분…긴장해 잘 먹지도 못했다
오전 11시가 되자 요양원은 또다시 분주해졌다. 각자 역할을 나눠 급식판에 음식을 담고 어르신들이 계신 각 호실로 식사를 나르기 시작했다. 스스로 식사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가 직접 떠먹여 드려야 했다.

기자도 40분 동안 한 어르신의 식사를 도왔다.

어르신들은 이가 없거나 약해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기 때문에 밥은 죽으로, 모든 반찬은 미음처럼 곱게 갈려져 나왔다.

죽과 국물을 한 숟갈씩 떠 입에 넣어드릴 때마다 혹시 뜨겁지는 않을까 싶어 호호 불어 식혔다. 반찬이 짜거나 맵게 느껴지시진 않는지 수시로 여쭤보며 어르신의 표정 하나하나를 살피는 일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친 후 각 호실을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의 양치질까지 시켜드렸다.

어르신들의 식사가 얼추 마무리되자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은 마치 비상대기조처럼 순식간에 직접 싸 온 도시락을 해치웠다. 여유를 즐길 시간은 없었다.

요양보호사들을 위한 식사는 따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고 한다.

기자도 요양보호사들이 나눠준 음식으로 점심을 때웠다. 몸이 힘들어서인지 입맛이 없어 많이 먹지 못했고 10분도 되지 않아서 식사를 급히 마무리했다.

어르신 불편한 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3일 오후 경기 양주시의 가연재활요양원에서 인턴기자가 어르신의 휠체어를 끌어드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4.21


오후 1시부터는 한 어르신과 일대일 시간을 보냈다.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 드리기도 했다.

어르신은 환하게 웃으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하다가도 갑자기 돌발행동을 하시는 등 치매로 인해 대화는 자주 끊기고 맴돌았다.

"나는 서른 살이야"라고 자신을 소개하거나 이미 점심 식사를 마친 뒤에도 "점심은 언제 나와. 나 배고파"라며 반복적으로 물으셨다.

또 사무실을 화장실로 착각해 자꾸 들어가려 하셨다. 짧은 대화조차 이어가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어르신의 눈을 바라보며 그 마음을 읽고자 애썼다. 치매 어르신과 소통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섬세한 과정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오후 시간엔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태워 모셔야 했다.

오전 휠체어 교육 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어르신을 휠체어로 옮기려 했지만 침대에서 일으켜 세우는 것부터 진땀을 뺐다. 온 힘을 다해봤지만 보기보다 무게감 있는 어르신을 혼자 힘으로 옮기기는 건 역부족이었다.

결국 요양보호사 두 분의 도움으로 겨우 어르신 한 분을 휠체어에 앉힐 수 있었다. 등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힘이 들었다.

오후 5시30분까지 이어진 요양보호사의 하루는 그렇게 힘을 쓰는 일의 연속이었다.

소변 색으로 어르신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3일 오전 경기 양주시의 가연재활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와상 환자 어르신의 용변을 처리하고 있다. 2025.4.21


만성 인력난에 무너지는 요양 현장…'노노(老老)케어' 경고등
최저임금에 가까운 대가를 받고 온종일 몸을 써야 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 갈수록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요양보호사는 만성 인력 부족 상황인 이유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의 '요양보호사 수급전망과 확보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올해 3천762명의 요양보호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엔 4만3천447명, 2027년엔 7만9천20명, 2028년엔 11만6천734명의 요양보호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요양원의 김미림 원장은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 보니 어르신이 어르신을 챙겨야 하는 '노노(老老)케어' 현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현장의 인력난을 절절히 토로했다.

요양보호사 A(63)씨는 "정말 극한 직업이다. 어르신들 케어, 청소, 빨래 등 모든 일을 다한다"면서 "어르신들을 하루 종일 침대에서 일으켰다 눕히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어르신들 무게가 있어서 계속 힘을 주다 보니 손목과 허리가 남아나질 않는다.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고 온통 멍투성이"라며 착용한 손목 보호대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특히 와상 환자 어르신 목욕시키기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일일 요양보호사 체험을 마친 직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근육통에 시달렸다. 이 일을 매일같이 반복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얼마나 고단할지 실감이 났다.

이날 뵌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는 60~70대였다.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돌봄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자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다.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의 처우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휠체어 태우기는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3일 오후 경기 양주시의 가연재활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휠체어에 태우고 있다. 202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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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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