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대통령 업무에 차이 없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위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노코멘트”라며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권한대행은 20일 공개된 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됐다.
한 권한대행은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마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을 재차 받자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FT는 한 권한대행이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재협상할 의사를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한 권한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안보 문제를 논의할 “명확한 틀”은 아직 없다며 “사안의 성격에 따라”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체결한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주둔 관련 협정을 다시 논의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총리실은 방위비 분담과 관련한 협상 제안이 없었고 관련 검토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구 야권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한 권한대행은 강하게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FT는 보도했다. 한 권한대행은 자신의 임무가 “헌법과 관련 법률에서 나왔다”며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날인 지난 16일 헌법재판소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행위의 효력을 일단 정지시켰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서는 “맞대응하지 않겠다”며 대미 협상을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한국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를 포함해 무역흑자 축소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면서 해군 조선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가 “한·미동맹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 선교 제140주년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정부는 통합과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는 로마서 12장 18절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긴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력 주자인 김문수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이날 대구 경북대에서 진행한 청년 토크쇼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 대선 출마론에 대해 “한덕수가 아니라 김덕수 등 누구라도 이재명을 꺾는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권한대행 차출론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요즘 좀 잠잠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친윤석열계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외교, 안보, 통상을 포괄하는 전략형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 적임자가 바로 한 권한대행”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한 권한대행 인터뷰에 대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당장 공직에서 사퇴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