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김문수 대세론’…1차 경선 통과 4인 누가 될까
4월 18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1차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 에 참석한 후보들이 당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양수 사무총장, 권성동 원내대표, 유정복, 홍준표, 김문수, 안철수, 양향자, 나경원, 이철우, 한동훈 후보, 권영세 비대위원장,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주간경향]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전, 국민의힘 한 유력 대선주자를 만났다. 지난 4월 16일, 그는 서류 심사를 통과해 8명이 경합하는 1차 경선 후보가 됐다.
“조기 대선에서 범죄자 이재명을 이길 사람은 국민의힘에선 나밖에 없다.”
탄핵심판 진행 중 만난 다른 주자들이 조기 대선 출마 여부에 말을 아꼈던 것과 달리 그는 주저함이 없었다.
“(본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만나면) 이렇게 말해주겠다. ‘이제, 명이 다했다’고.”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비틀어 착안한, 운명이 다했다는 취지의 농담이다.
난데없는 ‘갑툭튀’ 한덕수 대망론
조기 대선까지 한 달 반도 남지 않았다. 대진표가 확정되고 본격 경선 레이스가 시작됐지만, 국민의힘 경선판은 뒤숭숭하다. 갑자기 튀어나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차출설 때문이다.
‘한덕수 차출론’이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은 4월 초였다. 불을 붙인 것은 윤석열 파면 뒤에 보인 그의 행보다. 자신이 임명하지 않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지난 4월 8일 임명하면서 대통령 지명 몫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윤석열의 친구 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조기 대선 이후까지 고려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큰 그림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한덕수 차출론을 두고도 ‘윤·김 배후설’이 정치권에 파다했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2차 탄핵을 추진하면 선제적으로 사표를 쓰고 나온 뒤 출마를 선언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은 진행 중이므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바깥에서 ‘반명 빅텐트’를 만든 뒤, 대선일 직전까지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해 이재명 정권 창출을 저지한다는 시나리오다. 가능성 있는 이야기일까.
“증거는 없다. 하지만 윤석열 입장에선 형사재판에서 본인이 살길은 내란을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국민의힘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스피커 정당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큰 틀을 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철현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그러나 한덕수 카드가 실현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설혹 한덕수가 출마하더라도 국민의힘 후보와 최종적으로 원샷 경선에 응할 리 없다. 경선했다가 지면 그런 망신살이 없으니까.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고 국무총리까지 한 사람이 원샷 경선에 나와 떨어졌다? 그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고 원하는 그림은 추대일 텐데, 그러려면 국민의힘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된 사람이 양보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겠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 11일 한남동 관저를 퇴거해 사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로 들어서고 있다. /정효진 기자
주간경향이 접촉한 정치평론가, 전·현직 의원 중 한덕수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은 없다. 4월 17일 한 권한대행의 두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가 설혹 사퇴하더라도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쉽게 입장 표명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한덕수의 관심은 대통령 권한대행 퇴임 후 그가 가게 될 대형 로펌 몸값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선에 나가냐 안 나가냐가 아니라 권한대행 후 취직 때 몸값이 달라지는 것에 관한 관심이다. 지위를 이용한 허세다. 한덕수의 행보는 별 의미가 없다.”
일차적으로 8명으로 좁혀진 국민의힘 경선은 4월 22일 1차 컷오프를 통해 2차 경선에 나갈 4인으로 압축된다. 1주일 뒤인 4월 29일엔 다시 결선투표 진출자 2인으로 압축된다. 최종 후보는 5월 3일 치러지는 5차 전당대회에서 결정된다.
4월 22일 1차 경선 결과 발표는 여론조사 100%다. 얼핏 최종적으로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유승민 전 의원의 주장을 따른 것 같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다르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한 100%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월 13일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며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경선 룰에 대한 반발이다.
일단 관심은 2차 경선에 올라갈 4인이 누가 될 것이냐에 집중된다. 최 소장은 ‘1강 2중 1약’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말한 1강은 김문수이고, 2중은 홍준표와 한동훈이다. 1약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나경원 또는 안철수다.
대부분 정치평론가나 선거전문가 의견도 유사하다. 결국 4월 22일 1차 컷오프의 관전포인트는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4인 중 마지막으로 들어올 사람이 누가 될 거냐는 것이다.
윤심의 변화로 김문수 대세론 흔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는 김문수지만 변화도 감지된다. DC 비대위 갤러리 등 그동안 강성 친윤 성향을 보였던 커뮤니티에서 김문수에 대한 ‘비토’가 늘어나고, 대신 나경원을 지지하는 흐름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나경원 캠프에 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윤심이 옮겨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자가 대통령실 출신 국민의힘 인사로부터 “V2(김건희 여사)는 한동훈만 아니라면 누구든 괜찮다고 했다”는 말을 들은 것은 지난 4월 초였다. 공교롭게도 지난 5일 한남동 관저에 다녀온 나경원 의원이 출마 선언한 것은 윤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퇴거한 4월 11일이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다.
김철현 평론가의 말이다. “나 의원이 출마 선언한 것도, 비록 출마는 철회했지만 한때 윤상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파면 후 관저에 다녀온 후였다. 김문수가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후계자 노릇을 했다면 적어도 관저에서 퇴거할 때는 김문수가 올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가질 않았다.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니 윤심이 변했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반면 김성순 정치평론가는 파면당한 윤석열이 국민의힘 경선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고 했다.
“지금은 그럴 수 있다. 열흘이면 빠진다. 군대도 그렇지 않은가. 병장 제대하고 한 2주 동안은 자기가 군인인 줄 안다. 윤석열이나 김건희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자기들이 대통령인 줄 착각하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후보자 1차 경선 비전대회’에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한동훈이 1차, 2차 컷오프를 통과해 결선에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만약 한동훈이 2인 결선에 진출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림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선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차기 당대표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도전 등을 기약하며 당내 경선에서는 중립지대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탈당이나 분당까진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유정 전 의원은 “이른바 한동훈계 대부분이 비례대표들이다. 탈당해 의원직 신분을 유지하려면 당에서 제명해줘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그걸 허용할 리 없다”고 말했다.
“아직 국회의원 임기가 3년 남았는데 의원직을 버리고 나갈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배현진·박정훈 등 지역구 의원도 마찬가지다. 신당을 만들 동력이 없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설혹 한동훈이 결선에 진출하더라도 한동훈 대 윤심이 실린 후보로 당내 경선 구도가 좁혀질 텐데 국민의힘 경선이 흥행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은 현재 지지율이 41%대가 나오고 여전히 올라갈 여지가 있는 데 비해 국민의힘은 후보가 난립하면서 30~35%선에 고착돼 있다”라며 “국민의힘이 자력으로 돌파해내기보다 상대방의 실수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쉬워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