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원칙 바꾸게 돼 안타깝게 생각"
복지부, 교육부 브리핑 배석도 않아
환자단체 "의료개혁을 뒤집은 배신"
"의료계 비뚤어진 믿음 굳건하게 해"
복지부, 교육부 브리핑 배석도 않아
환자단체 "의료개혁을 뒤집은 배신"
"의료계 비뚤어진 믿음 굳건하게 해"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사진 제공=보건복지부
[서울경제]
보건복지부는 교육부가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최종 결정한데 대해 “안타깝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복지부는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내년 의대 모집인원에 대해 브리핑한 직후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의대 학사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여건을 감안한 조치라고 생각되나 3월 초 발표한 2026년 의대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의대 수업 정상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전국 40개 의대 총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당초 내년 모집인원을 조정하는 전제조건으로 3월 말까지 학생들의 전원 복귀를 내걸었으나 의대생들이 등록 후 수업거부를 계속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이 결정한 것이다.
복지부가 3월 초 발표한 원칙을 거론하며 안타깝다고 밝힌 것은 이를 겨냥한 발언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이 부총리,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은 전날 만나 3058명 회귀를 확정했으며, 이 자리에서도 복지부 측이 이견과 우려 표명을 했다고 전해졌다. 이날 브리핑에도 복지부 관계자가 배석하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복지부와 교육부가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두고 온도차를 보인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개강을 앞두고 교육부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흘리자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한 회의 모두발언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회귀하자는 보도들이 나왔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그런 결정을 한 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확정한 17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환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도 교육부의 의대 모집인원 조정 결정에 “대국민 사기극” “배신행위” “의료계에 백기투항했다”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오늘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시킨 상징적 날”이라며 “정부가 국민과 환자 앞에서 약속했던 의사인력 증원과 의료개혁의 근본적인 방향을 뒤집는 배신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의대 정원 관련 모든 정책이 대국민 사기였다”며 “더 이상 정부 의료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 교육부는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가 의정 밀실 야합을 자백하고 의료계에 백기 투항한 것”이라며 “의대 증원은 물론 국민 중심 개혁하던 의료정책 추진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의대생들이 등록 후 수업거부라는 집단행동을 버젓이 이어가며 정부를 비웃고 있다”며 “집단행동이면 정부도 이길 수 있다는 의료계의 비뚤어진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했다는 점에서 악수를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도 “국민 동의 없는 정책 퇴행을 규탄한다”며 “이번 정부의 결정은 자기부정의 끝판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