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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경선룰의 역사

더불어민주당의 21대 대선 경선룰이 권리당원 표 비중을 50%까지 부여하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확정됐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당원권 강화와 역선택(보수 강성 지지층 참여로 경선 결과가 왜곡되는 것)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비명(비이재명)계에선 ‘1등 주자’ 이재명 전 대표의 안정적 대권 행보를 위한 ‘기울어진 규칙’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경선룰을 둘러싼 내부 마찰은 민주당 역사에서 여러 번 반복됐다. 비주류는 역전극을 노려볼 수 있는 경선룰 세팅을 줄기차게 외쳤고, 주류 측은 우위를 지키기 위해 여러 명분을 덧붙여 결국 유리한 룰을 수성해 왔다. 대선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할 때면 이에 맞춰 경선 규칙과 방식 역시 뒤바뀌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중 인기 좋은 文 “국민참여 확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친노(친노무현) 적자로서 대중적 인기가 높았다. 이에 당내 패권을 쥔 친노·친문(친문재인)계는 18대(2012년)와 19대(2017년) 대선에서 ‘국민경선’ 등 국민선거인단 영향력을 높이는 방안을 밀어붙였다. 일반 국민 참여 비중이 높을수록 문 전 대통령의 경선 문턱 넘기도 수월해지고, 여론 환기를 통해 본선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시절인 18대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상임고문과 친노계는 국민경선 시행과 모바일투표 도입을 주장했다. 당내 후보 중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상황이라 내부 경선에서도 국민 참여 비중을 더 늘려 여론조사와 비슷한 효과를 내고자 한 것이다. 반면 비주류였던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현장투표·모바일투표·국민배심원제를 ‘1대 1대 1’로 반영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문 고문에게 유리한 모바일투표 비중을 줄이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비주류 합종연횡을 통한 역전의 기회를 엿본 것이다. 친노계는 이 중 결선투표제만 수용했는데, 문 고문이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결선투표는 결국 시행하지 못했다. 당시 비주류 측은 “사실상 문재인 후보를 세우기 위한 들러리 경선”이라며 ‘친노 패권주의’를 성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열린 19대 대선에서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은 이전 대선보다 더 높아졌다. 추격자 입장이던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민주당 울타리 안에서 맞붙는 것보다 비주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야3당 공동경선·공동정부 구성’안을 주장했다. 그러나 주류였던 친문계는 이를 단칼에 거절하고 18대 대선에 이은 국민경선 시행을 결정했다. 당시 김 의원 측 허영일 대변인은 “후보 3인이 합의해 제안한 내용을 진지한 검토도 없이 의결해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양승조 당헌당규위원장은 “정당정치 대원칙을 볼 때 권리당원에 가중치를 주는 게 마땅하나 더욱 많은 국민이 함께해주길 바라며 (국민경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1등이 바뀌면 룰도 바뀐다

20대 대선 경선룰은 대선을 557일이나 앞둔 2020년 8·29 전당대회에서 확정됐다. 경선룰을 둘러싼 후보들 간 집안싸움을 방지하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대선 레이스를 치르겠다는 명분에서다. 당시 ‘대선 전 180일까지 당 후보 선출’ 조항을 두고 주류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비주류였던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이재명 경기지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대세론’을 타고 있던 이 전 총리 측에선 ‘180일’ 유지를 주장했지만 정 총리와 이 지사 측에선 현직 총리·지사직을 최대한 유지한 채 역전 기회를 잡기 위해 ‘대선 전 100일’로의 규칙 변경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결국 대선 180일 전인 2021년 9월 10일까지 당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이 전 총리가 언론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언급한 뒤 대세론이 꺾였고, 이 지사가 지지율 1위로 치고 올라갔다. 이에 이 전 총리와 친문계는 ‘경선 흥행’을 이유로 경선 시기를 코로나19 대유행 극복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했다. 이 지사 측은 “이미 제정된 특별당규를 유지해야 한다”며 대선 전 180일까지 당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예전 입장을 바꿨다. 불과 몇 달 사이에 공수가 교대된 것이다. 당 지도부는 바뀐 1위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경선룰 고정화 검토할 때 됐다”

이처럼 민주당 경선룰은 해당 시점의 유력 후보와 당권을 쥔 주류 계파 입장에 유리하게 맞춰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6·3 대선 경선룰 역시 결국은 현 유력 대권 후보인 이 전 대표의 안정적 본선 진출을 위해 최적화된 기준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여론조사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혹시 모를 조직적 역선택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당원 표 비중을 늘리는 안정적 선택을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내부에선 대선 경선룰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경선룰 고정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민주당 의원은 “특별당규 제정 과정에서 논란이 반복된다면 경선룰을 특별당규로 매번 제정할 게 아니라 일반당규에 넣어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며 “그렇게 되지 않는 건 당권을 쥔 쪽에 유리한 방식의 룰을 만들고자 하는 유인 탓”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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