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강풍과 함께 한때 우박이 내린 13일 서울 중구 명동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우박을 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주말 전국에 태풍급 돌풍이 몰아쳤다. 거센 바람과 우박에 서울은 벚꽃이 개화한 지 열흘 만에 꽃잎이 떨어졌다. 오늘(14일)도 전국 곳곳에 비와 눈, 강풍이 이어지며 사나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내일(15일)부터는 비와 눈이 사그라들고, 모레(16일) 평년 기온을 되찾겠다.
13일 전국에 태풍급 바람이 몰아쳤다. 전남 여수에서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35.0m를 기록했고, 강원 양양은 34.8m/s, 경기 화성 32.7m/s, 부산 가덕도 30.4m/s의 강풍이 관측됐다. 태풍의 정의 기준인 초속 17m/s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순간적으로 ‘강한 태풍’(25~33m/s) 급에 해당하는 바람이 불었다.
서울과 경기 고양·양주·동두천 등 수도권 북부 지역에는 지름 5mm 미만의 싸락우박이 떨어졌다. 싸락우박은 싸락눈을 중심으로 물방울이 얼어붙은 형태로, 대기 불안정이 심할 때 발생한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8.2도에 머물러 전날(22.5도)보다 14.3도 떨어졌고, 평년 기온보다도 7도 이상 낮았다.
4월 중순의 요란한 봄 날씨는 ‘절리저기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반도 상공에는 동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제트기류'가 있다. 제트기류는 직선에 가깝게 흐를 때도 있지만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움직이며 사행하기도 한다. 이 구불거림이 매우 심해지면 남북으로 진동 폭은 커지지만, 동서 흐름은 느려진다. 이때 남쪽으로 내려온 제트기류의 일부분이 분리되며 저기압 소용돌이를 형성하면 절리저기압이 된다. 절리저기압은 북극 찬 공기를 머금어 일반적인 저기압보다 중심 기온이 낮고, 대기를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강한 바람, 돌풍, 우박, 비 또는 눈 등 다양한 형태의 기상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창재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13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저기압은 북극 기단에 가까운 차가운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며 “특히 수직적으로 하강하는 냉기가 대기를 강하게 불안정하게 만들며, 강풍과 돌풍, 우박 등 다양한 국지적 기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평년보다 3도~8도가량 낮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일 (14일) 서울과 수도권의 오전 기온은 4도에서 6도 사이로 예상된다. 바람이 계속 강하게 불며 체감 온도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16일부터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20도 안팎으로 회복되며, 다시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한편 오늘(14일) 오후 2시 기준, 충청남도(태안·당진·서산·보령), 전라남도(여수·순천·목포·완도), 전북자치도(군산·김제·부안·고창) 일부 지역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또 강원 화천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돌풍, 눈, 우박 등 기상 변화가 잦은 만큼 시설물 관리 및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