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년간 5000억 달러 투자키로
신설 텍사스 공장선 슈퍼컴퓨터 제조
"트럼프에 부응하는 기업 대열 합류"
신설 텍사스 공장선 슈퍼컴퓨터 제조
"트럼프에 부응하는 기업 대열 합류"
지난달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열린 엔비디아 퀀텀데이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가 미국에 5,000억 달러(약 712조 원)를 투자한다. 주요 생산시설을 미국에 옮겨 오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까지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기조에 발맞춘 것이다.
엔비디아는 14일(현지시간) "향후 4년 동안 TSMC, 폭스콘 등과의 협력을 통해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를 미국 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AI 칩뿐 아니라 AI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용 서버, 고속 네트워크 장비 등 AI를 개발·훈련·실행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장비와 기술을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미국에 약 9만3,000㎡ 규모 제조 공간을 협력사들과 함께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최신 AI 칩을 생산하는 애리조나주의 TSMC 공장과 대만 폭스콘 등과 함께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슈퍼컴퓨터 제조 공장이다. 특히 텍사스 공장에서 나올 슈퍼컴퓨터는 "미국 내에서만 제조되는 첫 슈퍼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엔비디아 측은 밝혔다. 최종 조립과 생산 공정 전체가 미국 내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술기업 행렬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앞서 애플도 지난 2월 향후 4년간 미국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투자액까지 같은 이들 기업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기업들부터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는 나온다. 애플은 중국 생산 비중이 커서 관세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고, 엔비디아는 대중국 칩 수출 규제가 확대될수록 매출에 타격이 생긴다.
트럼프는 이날 엔비디아 발표 직후 발 빠르게 자기 자신에게 그 공을 돌렸다. 특히 자신의 관세 정책이 대미 투자 확대로 직결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들(기업들)은 정말 큰 규모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가 아니라 수천억 달러"라며 "관세가 높을수록 그들은 더 빨리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