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보는 숙고 시간 가질 것”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광주시의회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전날 서울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연합뉴스
비이재명계 대선 주자인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당의 경선룰에 반발하며 "민주당 경선 참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경선 포기 선언이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의 경선룰은 특정 후보를 위한 룰"이라며 '어대명(어차피 대세는 이재명)' 기류를 직격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 선관위가 후보들과 협의 없이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후보들과 협의 없는 경선룰은 특정 후보를 추대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죄송하고 부끄럽지만,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명목이 없다"고 경선 보이콧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현재 기존 ‘당원·국민 1인1표’ 선거인단 방식에서 ‘당원투표 50%, 여론조사 50%’로 경선룰을 변경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룰이 확정되면 ‘국민 여론’보다는 ‘민주당 당심’이 후보 선택에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당은 “보수진영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역선택’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인데,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경선룰”이라며 반발해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9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은 김두관 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의원도 거칠게 비판했다. 그는 “신천지가 두렵고 전광훈이 무서운데 무슨 선거를 치르겠느냐”며 “차라리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 명단에 오른 사람은 참정권을 박탈하겠다고 하는 게 더 솔직한 선택”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역선택이라고요? 그런 역선택이 민주당 경선에서 언제 있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김 전 의원은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이겼던 것은 기존 질서를 깬 용기 덕분이었다”며 “당시 월드컵의 열기도 그러한 변화의 상징이었다”며 “지금의 민주당은 그때보다 더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공화주의 질서가 반민주 세력에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 전 의원은 당분간 정치적 행보에 대해 국민과 상의하며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이 앞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비명계 주자들과 연대하거나, 탈당 후 독자 출마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