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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DB 쌓아온 ODM 업체
세계 최고 수준 경쟁력 인정받아
틱톡 입소문에 올리브영도 한몫
1분기 화장품 美 수출 역대 최대
연합뉴스

K뷰티의 중심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1분기 화장품 대미 수출액은 4억4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화장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K뷰티가 승승장구하며 한국 뷰티산업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K뷰티의 드라마틱한 성장에 대해 “한국 양궁의 성공과 같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탄탄한 제품력, 깐깐하게 검증된 유통채널, 소셜미디어에서 트렌드 주도권을 잡은 게 K뷰티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미국국제무역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18억9000만 달러로 세계 화장품 시장의 강자 프랑스(12억6300만 달러)를 훌쩍 앞섰다. K뷰티가 화장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제품력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오린아 LS증권 유통·화장품 연구원은 K뷰티의 성공을 “한국 양궁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오 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역동적인 시장에서 살아남은 화장품은 어디서든 경쟁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제품력 뒤에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의 노력이 있었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 ‘원브랜드’ 업체들의 제품 생산을 도맡았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소속이 아닌 미샤, 더페이스샵 같은 곳들이다.

ODM업체들은 원브랜드가 등장한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의 K뷰티 1세대 부흥기 그리고 현재까지 화장품 제조·생산을 맡으면서 탄탄한 업력을 쌓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30여년간 4000여개 고객사와 협업해서 만들어온 데이터베이스를 따라잡는 것은 글로벌 기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력만으로 K뷰티의 영토 확장을 설명하긴 부족하다. 틱톡을 중심으로 한 바이럴 파워는 K뷰티를 전 세계에 알렸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절반인 1억7만명이 틱톡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틱톡을 사용하는 세대가 미국 내에서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며 “K뷰티나 한국 브랜드의 선크림을 검색해보면 조회수가 수백만에 달한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지금의 K뷰티 부흥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중소 브랜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면서 K뷰티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형성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 지난해 올리브영에서만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브랜드가 100개를 넘어섰다. 그중 세 곳은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K뷰티 산파’ 올리브영을 통하지 않고도 세계적으로 우뚝 선 중소브랜드들이 있다. 미국 국민 선크림 브랜드로 등극한 ‘조선미녀’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 사람들에겐 다소 촌스러울 수 있는 브랜드명은 미국인들에게 ‘고저스(gorgeous)’한 이미지가 됐다. 스킨케어와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선두에 있는 에이피알(APR) 역시 올리브영이라는 주류 채널보다는 자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성장했다.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은 ‘한국의 로레알’로 불린다. 글로벌 기업 로레알은 화장품, 스킨케어, 헤어케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포괄하는 인수합병을 수십년 간 추진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구다이글로벌 역시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빠르게 외형을 확장시켜왔다. 화장품 유통사로 설립된 구다이글로벌은 처음 중동 지역에 화장품을 납품하는 총판 업체로 시작됐다. 중동에서 드라마 ‘대장금’이 크게 흥행하며 한류는 중국으로 번졌다. 구다이글로벌은 2019년 중국 시장에 독점적으로 제품을 유통하고 있던 조선미녀를 인수하면서 브랜드사로 변모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미국 시장에 안착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색조 브랜드인 ‘티르티르’, ‘라카’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매출은 지난해 1조원까지 치솟았다. 화장품 매출 비중으로만 따지면 아모레퍼시픽 (3조8800억원), LG생활건강(2조8506억원) 다음 순으로 높은 기록이다.


기초화장품 강자 APR 역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초화장품류는 지난해 미국에서 14억 달러 수출액을 기록할 만큼 K뷰티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APR은 지난해 미국에서 매출 7228억원을 올리며 전년보다 51.3% 급증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에 진행된 아마존 빅 스프링세일에서 APR의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는 뷰티 카테고리 전체 1위와 5위를 기록하며 브랜드 첫 1위를 달성했다.

APR의 성공 비결 역시 제품력이다. 성공의 시작은 메디큐브의 ‘제로모공패드’였다. 제로모공패드는 지난해 4분기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는 등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의 ‘부스터프로’는 론칭 4년도 안 돼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300만대를 돌파했다. APR은 자사 온라인 채널에서 가장 큰 구매 혜택을 주는 전략을 쓰며 성장했다. 구매 채널과 혜택을 다양화하며 소비자를 여러 통로로 유인하는 통상의 방식과는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APR은 향후 뷰티업계의 종착지는 스킨케어가 될 것이라는 신념으로 제품 및 디바이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지금까지 품질보증 차원에서 큰 역할을 해왔고, 그 역할이 앞으로도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판로가 다양해지고 K뷰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독자적인 브랜드 자생력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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