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대표인 박수현 의원과 소속 의원들이 지난 달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 천막 농성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 의원,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그런데 오늘(지난달 11일) 단식 시작하면 내일모레면 끝나는 거 아니야?”(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14일에 절대 안 끝나. 내가 여러 가지로 분석해봤는데 4월 4일 봐야 해. 마음 굳게 먹어”(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11일, 서울 광화문 앞 단식 천막 안에선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민주당 박수현ㆍ서영석ㆍ김준혁ㆍ민형배·위성곤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모인 자리였다. 이날 이들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기 위한 단식에 돌입했다.
아무리 늦어도 3월 14일에는 날 거라고 전망되던 선고 일정이 감감무소식이었다. 초조해진 민주당 의원들은 삭발과 단식, 여의도~광화문 7.8㎞ 전 의원 도보 행진 등 갖가지 투쟁 방법을 짜냈다. 그렇지만 “4월을 넘길 거라는 상상조차 전무”(당 핵심 관계자)했던 때다.
5대3 교착설, 재판관 한 명의 지연 작전설 등 온갖 괴담이 난무하던 당시에 김 의원은 무엇을 믿고 4월 4일 선고를 확신했을까. 지난 8일 김 의원을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이 지난해 7월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새로 제1차 정책혁신 토론회 '기재부 개혁 왜 해야만 하는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은 제가 주역(周易)을 들여다 봤어요. 윤석열 파면이 언제 될지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인터뷰 초반에는 “역사 지식을 배경으로 정세 분석을 했더니 그런 결과가 예상됐다”고만 하던 김 의원은 어떻게 날짜까지 정확히 맞췄느냐고 묻자 어렵게 입을 뗐다.
“그 전에는 정세 분석으로 3월 말 4월 초를 봤다. 주역에는 8괘가 있다. 하늘ㆍ땅ㆍ바람ㆍ연못ㆍ우레ㆍ물ㆍ산이다. 괘를 딱 뽑았는데 위에도 우레(모양), 아래도 우레(모양)인 ‘중뢰진괘’가 나온 거다. 얼른 ‘대산 주역 강의’(주역해설서)를 꺼내서 읽고, 또 제가 평소 존경하던 스승님께 연락해 자문했더니 ‘야 중뢰진이 뭐냐. 위도 4, 아래도 4 아니야’ 하시더라고요. 아, 4월 4일이구나.”
‘친명’으로 꼽히는 김 의원은 22대에 국회에 들어온 민주당 초선 60명 중 한 명이다. 중앙대에서 역사학 학·석·박사까지 마쳤다. 이재명 전 대표의 ‘중앙대 라인’이기도 하다.
김 의원이 2016년 한신대 교수로 재직할 때 성남시장이던 이 전 대표가 특강을 가 처음 만났고, 이후 인연을 이어왔다. 민주당의 20대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8월 말엔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를 펴냈다.
김 의원은 “주역은 철학이자 학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속’으로 헌재 선고일을 점쳐본 건 절대 아니라는 취지다.
“5대째 천주교 집안이다. 다만 사학과 출신에 정조 연구자이지 않나. 정조가 주역의 대가다. 정조를 공부하면서 정조가 공부한 주역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다. 또 사서삼경의 마지막 단계가 역경(주역)이다. 주역 공부를 오래 했고, 너무 나라가 위급하다고 느껴질 때 주역을 보곤 한다.”
김 의원을 포함한 5명 의원의 단식은 7일 만인 18일 종료됐다. 일주일 동안 광화문 천막 노숙 단식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었더니, 멀리 떨어진 화장실도 추위도 아닌 ‘냄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천막 옆 다른 천막에서 시민들에게 컵라면을 나눠줬는데, 하필 바람 방향이 그쪽에서 우리 쪽으로 자주 불었어요. 그 바람 불 때마다 어찌나 고역이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