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8일 그린란드의 미군 우주군 기지를 방문해 수전 마이어스 당시 부대장과 함께 브리핑을 받고 있다. 미국 국방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 수뇌부를 잇따라 숙청한 가운데 그가 미국 영토로 만들겠다고 나선 그린란드의 미군 우주군 기지 부대장도 해임당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설치된 피투피크 우주군 기지를 이끄는 수전 마이어스 대령이 보직 해임됐다고 11일 보도했다. 우주군사령부는 마이어스 대령이 상부로부터 “지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그린란드 북서쪽에 위치한 미군의 최북단 기지를 이끌어온 마이어스 대령은 2주 전 제이디(J.D.) 밴스 부통령의 이 기지 방문 직후 덴마크 및 그린란드와 기지의 관계를 강조하는 이메일을 부대원들에게 보냈다. 이메일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에이피 통신은 그가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지지하는 표현을 쓴 게 보직 해임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마이어스 대령은 지난달 28일 기지를 방문한 밴스를 직접 만났다. 당시 덴마크 정부와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밝히는 가운데 밴스가 방문한 것을 도발적 행위로 보고 비난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트럼프 쪽과 미군 수뇌부는 밴스의 방문 직후 마이어스 대령이 부대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을 트럼프에 대한 불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우주군사령부는 성명에서 “지휘관들은 특히 직무 수행 과정에서 비당파적 태도 유지와 관련해 고도의 행동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숀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마이어스 대령의 해임을 알리는 기사를 연결시키고는 “지휘 계통을 약화시키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를 전복시키려는 행동은 국방부에서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찰스 브라운 주니어 전 합참의장, 리사 프란체티 전 해군참모총장, 티머시 호크 전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 등 미군 고위 지휘관들이 잇따라 해임됐다. 여성 최초로 해안경비대 사령관에 오른 린다 페이건 전 사령관은 트럼프 취임 하루 만에 해임당했다. 프란체티도 미군 역사상 첫 여성 참모총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