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없는 국민의힘에 대한 반성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원인" 해석도
다른 주자들 "오 시장 비전 내가 받들 것"...한덕수 차출론도 언급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원인" 해석도
다른 주자들 "오 시장 비전 내가 받들 것"...한덕수 차출론도 언급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국민이 다시 보수에 국정에 책임질 기회를 주시려면 책임 있는 사람의 결단이 절실한 때"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백의종군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을 예고한 전날에 갑자기 입장을 바꿀 만큼 전격적이었다.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국민의힘 경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국민이 진심으로 ‘보수가 새롭게 태어났다, 기대할 수 있겠다’고 체감할 수 있다면 미약하게나마 제 한 몸 기꺼이 비켜드리고 승리의 길을 열어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고 밝혔다. 쇄신 없는 국민의힘에 대한 반성..."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원인" 해석도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에도 쇄신 없이 대권 주자만 난립하는 국민의힘 상황에 대한 반성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율 37%로 압도적 1위였다. 국민의힘 주자들 가운데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9%), 홍준표 전 대구시장(5%),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4%) 순으로 높았다. 반면 오 시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2%를 얻는 데 그쳤다. 한 국민의힘 비영남권 중진 의원은 “오 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세 주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탄핵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혼란을 줬고 토지허가제 해제 논란 등으로 데미지가 쌓이면서 결국 중도 하차
를 선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의혹이 발목을 잡았을 것이란 해석도 없지 않다. 김문수(왼쪽 사진부터)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뉴스1 뉴시스 뉴스1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만 오 시장으로서는 최적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져 국민의힘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이번 대선을 건너뛰고 다음을 노리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다시 출마해 당선된다면 사상 초유의 서울시장 5선이 된다. 임기는 2030년까지다. 6월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든, 중간에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없이 5년이 지나면 새 정부 또한 2030년에 끝난다. 오 시장이 다음 대선을 겨냥한다면 시간상 꼭 맞아 떨어진다. 그로서는 이번 대선에서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세훈 지지율 향배는..."탄핵 찬성 주자로" vs "이재명 이길 후보로"
오 시장의 갑작스런 중도 포기가 국민의힘 어떤 주자에게 더 이득을 줄 지가 관건이다. 오 시장은 수도권·중도 표심에서 비교 우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론조사 지표상
수도권·중도 표심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에 가깝기 때문에 '탄핵 찬성파' 주자인 한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안 의원 등에게 지지층이 이동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친한동훈계 박정훈 의원은 오 시장이 ‘과거의 낡은 보수와 단절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부각하며 “과거의 잘못과 분명히 선을 긋고 깨끗하고 미래지향적인 후보를 선출해야 그나마 표를 달라고 할 염치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오 시장 지지율은 대세 후보를 추종하는 표심이기 때문에 누구든 이재명 전 대표를 이길 만한 당내 주자가 부각되면 그 쪽으로 흐를 것"
이라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해외파병 중인 청해부대 44진 부대장 권용구 해군 대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다른 주자들 "오 시장 비전 내가 받들 것"...한덕수 차출론도 언급
물론 오 시장이 특정 주자를 지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지지할 대권 주자를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내걸었던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비전을 함께 하는 주자를 돕겠다고 했다.
이에 다른 대권 주자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오시장님이 말씀 하시는 다시성장이다라는 화두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화두는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 향후 국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반응했다. 한 전 대표도 "오 시장께서 대선 핵심 어젠다로 당부하신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은, 제가 출마선언에서 말씀드린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 그리고 당 대표 시절부터 일관해온 '격차해소'와 같다"고 호응했다. 안 의원은 “'약자와의 동행'은 당의 재건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 가치”라고 밝혔고, 김 전 장관 측 박용찬 공보메시지단장도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기치로 내건 오 시장의 소명 의식에 적극 동의한다”고 했다.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오 시장은 이날 '한덕수 차출론' 관련 질문에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 한 총리께서 스스로 결단의 의지로 임해주실 것을 기대한다”며 말을 아꼈다. 단, 오 시장 측 인사들은 본보에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오 시장 출마 선언 예정일(13일)과 같은 날 추진했던 것에 불쾌감
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