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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한 시민이 2월 태국 방콕에 있는 쇼핑몰 내 서점에서 책장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세렌디피티.'

일본 출판 전문가인 고지마 슌이치는 올 초 출간된 저서 '2028 거리에서 서점이 사라진다면'에서 도시에 서점이 필요한 이유로 이를 꼽습니다. 세렌디피티는 우연히 행운을 발견하는 기회를 의미하죠. '작가-출판사-서점-독자'로 이어지는 책 생태계에서 독자가 책과 우연히 만나는 장소로써 서점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본 겁니다.

9일 오후 서울 마포에서 고지마의 책을 낸 출판사 마인드빌딩 주최로 '책 생태계 포럼'이 열렸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일본 출판 시장의 현황을 살펴 보고, 한국 서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한국만큼 일본 서점도 위기인데요. 주력 상품인 만화와 잡지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서점 수도 2000년대 초반 2만 개에서 2022년 1만1,495개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한 직원이 지난해 10월, 일본 최대 서점 체인인 기노쿠니야 도쿄 지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의 책을 진열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존폐의 위협을 느낀 일본 서점들은 각고의 노력 중입니다. 이날 포럼에선 은은한 조명, 좌석 배치, 배경 음악으로 사람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거나 추천 책을 딱 한 권만 진열하는 등 책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일본 서점들의 다양한 전략이 거론됐습니다. 책엔 더 과감한 사례들이 나오는데요, 미용실, 빵집, 코인 세탁소를 함께 운영하는 서점, 휴대전화 판매점을 내부에 유치한 서점, 맞선을 주선하는 서점도 등장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에 책을 들춰보다가, 누군가 읽고 있는 책 표지를 흘깃하다가 책과 만나기를 의도한 거겠죠.

보통 구매할 책을 이미 정하고 버튼만 누르는 온라인 서점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온라인 서점이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라면 오프라인 서점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정도 될까요. 누군가는 다른 소매점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거리에서 서점이 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서점이 사라지면 일상에서 누렸던 책과 자만추하는 즐거움도 없어진다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포럼에서 온라인 서점인 '예스24'가 다음 달 서울에 오프라인 서점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만추의 향수일까요. 거리 서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2028 거리에서 서점이 사라진다면·고지마 슌이치 지음·양필성 옮김·마인드빌딩 발행·268쪽·1만8,800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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