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자 목소리 확인했지만 중장비 투입 어려워
3년전 감사원 보고서에 “지반 매우 불량”
3년전 감사원 보고서에 “지반 매우 불량”
11일 오후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사고현장에서 119 소방대원 등이 실종자 구조작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2000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했다. 지하에 고립된 굴착기 기사 1명은 사고 초기 연락이 닿았지만 나머지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11일 광명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13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지하터널 내부 가운데 기둥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지하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 50m가량이 붕괴했다.
앞서 오전 0시26분쯤 현장 관계자들은 광명시청에 “붕괴가 우려된다”고 신고했다. 이에 따라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보강공사 및 안전진단을 실시했으나 신고 15시간여 만에 실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11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작업자 18명 중 2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현재 지하 30여m 지점에 고립된 굴착기 기사 A씨 위치를 파악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1명에 대해서도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A씨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접근했으나 중장비 투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명시는 추가 붕괴 위험에 대비해 이날 오후 5시30분쯤 공사장 주변 아파트와 오피스텔 거주자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홍건표 광명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2차 피해에 대비해 인근 푸르지오 아파트 642세대 2300여명을 시민체육관을 포함한 8곳으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한편 사고가 발생한 지하터널 공사 현장이 포함된 구간에 대해 감사원이 3년 전 “지반이 매우 불량하다”는 감사 결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2023년 1월 공개한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는 “신안산선 제5공구(시흥시청∼광명)의 경우 터널 시점으로부터 약 19㎞ 떨어진 구간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일부 단층파쇄대가 존재해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 상태인 5등급인데도 터널 설계에 인버트 설치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내용이 담겼다.
철도공단은 도심지 구간에 지하터널을 건설할 때 지반의 분류 등급이 4등급 이하로 ‘불량’ 또는 ‘매우 불량’인 경우 지반 융기 현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터널 바닥에 콘크리트 시설물인 인버트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