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6·3 대선 출마설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선 돌파구가 마땅치 않은 국민의힘 친윤계가 한 대행 차출설을 적극적으로 띄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경쟁력 있는 후보가 우리 당 대선후보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며 출마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10여 명에 이르는 대선주자들의 경쟁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 대행을 '이재명 대항마'로 내세워 선거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것이 당 일각의 구상이다. 한 대행은 1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를 얻어 대선주자 리스트에 처음 등장했다.
윤상현 의원이 “한 대행에게 출마를 권유했다 거절당했다”고 말해 출마설이 처음 제기된 것이 이달 8일이다. 한 대행이 국무회의에서 대선일을 확정하며 “정부의 공정한 선거 관리”를 주문한 바로 다음 날이다. 이후 한 대행은 출마설이 증폭되는 것을 침묵으로 방치하고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 보수 잠룡이었던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일을 지정하며 불출마 선언을 한 것과 대비된다. 한 대행이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 의향 질문을 받고 “고민 중”이란 취지로 답한 것이 언론에 보도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 철저한 보안사항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흘린 것이 한 대행 측이라면 대망론을 스스로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 대행은 이번 대선 출마가 적절한지부터 신중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최우선 책무는 안정적 국정 관리다. 출마를 위해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 4일 이전에 물러난다면 또다시 불안정한 '대행의 대행' 체제가 불가피하거니와, "심판이 선수로 뛰느냐"는 논란 속에 정치·사회적 갈등이 극심해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실패에 책임이 있는 국정 2인자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한 대행의 내란 공모·방조 의혹이 수사를 통해 정리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물론 최종 선택은 한 대행 몫이다. 출마 뜻이 있다면 당장 대선 관리 권한을 내려놓고, 뜻이 없다면 입장을 분명히 밝혀 정치적 혼선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