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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1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났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일주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마치 5년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금의환향하는 듯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을 향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12·3 내란사태로 나라를 극심한 혼란으로 몰아넣은 데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은 파면된 내란 수괴 주제에 뻔뻔하게 상왕 노릇을 하려 든 윤석열의 후안무치에 분노하고 있다”며 “지금 윤석열이 해야 할 일은 자숙하고 참회하며 겸허히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1일 관저를 나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이동하는 윤석열과 김건희. 한겨레TV 유튜브 갈무리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9분께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나 대통령 당선 전 살던 서울 서초동 집으로 향했다. 윤 전 대통령 옆에는 김건희 여사가 함께 했다. 김 여사가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관저를 떠나기 전 정진석 비서실장과 신원식 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 및 차장급 이상 참모진과 20여분 간 별도의 인사를 나눴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를 끝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고 한다. 또 참모진들을 향해 “모두 고생이 많았다. 많이 미안하고 그동안 감사했다”고도 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대통령실 직원 200여명도 이날 휴가를 내고 관저 앞을 찾아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들과 악수하며 “고생했다. 힘내라,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직원들에게 “우리가 취임 이후 국가 발전을 위해 또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며 “비상조치 이후 미래 세대가 엄중한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가치의 소중함 인식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또 “감정을 수습하고 자유와 번영을 위해 더욱 힘써달라”고도 했다고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후 7일만인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며 배웅 나온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후 5시9분, 관저 정문 앞에서 노타이 정장 차림으로 검은색 관용차에서 하차한 윤 전 대통령은 ‘윤석열’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오른손을 흔들며 화답했고, 대학교 점퍼를 입은 대학생 지지자들과 포옹하거나 악수했다. 주먹을 불끈 쥐거나 손가락 하나를 하늘로 향하게 하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4분쯤 뒤 다시 관용차에 오른 윤 전 대통령은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금요일 퇴근시간대 경찰의 ‘신호 통제’를 받으며 서초동 집으로 향한 윤 전 대통령의 관용차는 약 7㎞의 거리를 서행했다. 이 때문에 10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동시간은 20분을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은 이동 중 다시 차량에서 내려 한 시민이 건넨 모자를 받아 머리에 쓰기도 했다. 모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구호를 본떠 만든 ‘메이크 코리아 그레이트 어게인’(Make Korea Great Again·다시 한국을 위대하게)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후 5시30분, 서초동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지자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검은 정장 차림의 김 여사도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포옹을 하기도 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지난 겨울에는 많은 국민들, 그리고 청년들께서 자유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켜주셨다. 추운 날씨까지 녹였던 그 뜨거운 열의를 지금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또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며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물론 헌재의 탄핵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는 없이, 현실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였다.

민주당은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조승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면 이후 윤석열은 자숙은커녕 대선 주자들을 줄 세우며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해 왔다. 대통령 관저를 무단 점거한 채 무위도식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며 “사저에서도 이런 행태를 반복한다면 죗값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관저를 떠나 서초동 집으로 돌아온 건, 2022년 11월7일 한남동 관저에 입주한 지 886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의 집은 일반 주민들과 공동 생활을 하는 주상복합 형태라 경호에 따른 주민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반려동물이 많아 당분간 이곳에 머물다가 수도권 단독주택 등 제3의 장소로 옮길 것이란 말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이곳에 머물며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내란 혐의 형사재판을 비롯해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 요구에 대비하게 된다.

파면됐지만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경호처는 약 40명 규모의 경호팀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상복합건물이라 따로 경호동을 만들 수 없는 탓에, 경호처 직원들은 차량에 탑승해 인근에 머무는 방식 등으로 윤 전 대통령을 경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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