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서초동 사저로 이사가는 날인 11일 이모씨(61)가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직접 만든 팻말을 들고 ‘윤 어게인’을 외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퇴거하는 날인 11일 관저 앞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어게인”을 외쳤다. 한남동 주민들은 이들을 보고 “다음 대통령은 한남동으로 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서초동 사저로 이사가는 날인 이날 한남동 관저 인근에는 본격적인 집회 시작 전인 낮 12시부터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윤 어게인”을 외쳤다. ‘윤 어게인’은 헌법재판소의 파면에 불복하고 윤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지자들의 구호다.
지지자들은 태극기, 성조기뿐 아니라 직접 만든 ‘윤 어게인’ 팻말 등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지지자도 많았다. 평소 판매하던 태극기, 성조기도 이날은 무료로 배부됐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이모씨(61)는 성인 남성 배꼽 높이까지 오는 나무 팻말에 “자유 애국 시민과 함께 싸운 지도자, 부정선거와 싸운 유일한 지도자”라며 “부정선거 진실 찾기, 반국가 세력 척결 등 완주하지 못한 과제를 위해 다시 자유애국시민을 이끌어달라”고 적었다. 이씨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대통령이라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며 “헌재가 파면하더라도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의 주장과 달리 대한민국은 대통령 단임제 국가이고 헌재법은 탄핵결정에 따라 파면된 대통령은 결정 이후 5년 이내에는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날 이들을 바라보는 한남동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잦은 집회·시위로 불편을 겪었던 시민들은 “이제라도 나간다니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주민 A씨(55)는 “집회하는 동안 차량 이동이 막혀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불편했다”며 “주변 어르신들은 밤에 시위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서 입이 짓무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남동 인근 지역을 담당하는 택배 노동자 최모씨는 “한창 통행 제한이 심할 1월 즈음에는 평소 20분이면 배달할 물량을 손수레로 한 시간 넘게 배달해야 해서 추운지도 몰랐다”며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이라도 나간다니 반갑다”고 말했다.
관저 인근 한남초등학교에선 이날 오후 1시20분쯤 학생들이 학교보안관의 손을 잡고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장모씨(40)는 “시위가 자주 열리면서 아이들이 손팻말에 적혀있는 문구를 집에서도 그대로 반복했다. 시위대를 무서워하기도 했다”며 “다음 대통령도 한남동 관저로 들어올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인 유튜버 신의한수 등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윤 전 대통령 응원 집회’를 열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도 유튜버 안정권 등이 ‘윤 전 대통령 응원’ 집회를 연다. 국민주권당은 이날 오후 4시 한남동 볼보빌딩 앞에서 윤 전 대통령 관저 퇴거 촉구 집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