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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UNIST 특임교수, 보드게임 제작 강의
“보드게임은 창의성 가르칠 최고의 방법
고정관념 없는 AI와 협업하며 만들어야”

“(AI 시대에는)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바둑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바둑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과 협업해야 합니다. 인간은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은데, 인공지능이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기계공학과 특임교수가 됐다. 이 교수는 이번 학기부터 ‘과학자를 위한 보드게임 제작’ 강의를 맡아 격주로 금요일에 6시간씩 강단에 선다. 박종래 UNIST 총장은 “이 교수는 AI와 인간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인물”이라며 “AI로는 불가능한 한 수로 통찰을 줬기 때문에 창의적인 통찰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바둑 잘 두는 사람보다 바둑 같은 보드게임을 잘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UNIST


이 교수는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바둑 AI ‘알파고’와의 역사적인 대국에서 네 번 지고 1승을 거뒀다. 이 교수가 알파고를 이긴 제4국에서 흑돌 사이에 둔 78수의 끼움수가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묘수 이후 알파고는 악수를 잇따라 뒀고, 이 교수가 초읽기까지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소중한 1승을 챙겼다. 박 총장은 알파고를 누른 이 교수의 한 수가 AI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 할 소양과 영감을 대표한다고 봤다.

이 교수는 11일 UNIST 캠퍼스 공학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파고와의 대국을 복기했다. 그는 “1국과 2국을 하고 정상적으로는 이기기 힘들다고 보고 3국부터 나름의 작전을 짜고 접근했다”며 “AI가 강한 극초반과 후반을 피해 50~100수 사이에 승부를 보자는 전략으로 접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78수 전에 68수가 승부수였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68수는 인간과의 대국이라면 절대 두면 안 되는 이상한 수였지만, 거기부터 알파고의 버그(오류)를 유도했다”며 “78수에서 알파고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결국 승부수가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면도 1〉=상중앙에 산재한 백돌들의 퇴로가 차단된 상황. 이 백돌들이 고스란히 사로잡히면 백이 이기기 어려운 국면이다. 기사회생의 묘수가 필요한 시점에 백 1의 끼움수가 떨어졌다. 바로 이 수가 글자 그대로 기사회생의 묘수였다. 흑 2 이하 5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A로 먹여쳐 패를 내는 맛과 B로 끊어 중앙이 살아가는 맛이 생겨 백의 타개가 성공했고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장면도 2〉=이번에는 알파고의 '떡수 시리즈'를 살펴보자. 잘 두어가던 알파고의 1(총보 93) 이하 9(총보 101)까지가 모두 이상한 수. 특히 5는 눈을 의심케할 만한 문제수였다. 시간 연장책을 동원할 상황도 아니어서 더욱 이상한 진행이었다.〈장면도 3〉=알파고의 이상한 행마는 종반까지 계속됐다. 1로 빠진 수(총보 161), 3(총보 167)에 둬서 4를 유발한 수는 모두 이상한 착점이다.

이 교수는 알파고 이후 AI가 더 발전하면서 이런 오류를 일으키는 접근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AI가 모방하기 힘든 인간만의 창의성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에 ‘창의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됐다”며 “인간의 바둑을 학습한 AI가 오히려 인간보다 더 창의적으로 보이는 수를 두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정관념에서 답을 찾았다. 이 교수는 “바둑을 두면서 나름대로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틀 안에 갇히는 게 있었다”며 “하지만 AI는 그런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다 보니 창의적으로 보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보여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수를 보면서 인간도 고정관념과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바둑 기사에서 은퇴한 이후 보드게임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보드게임은 종이나 나무, 플라스틱 등으로 된 판과 카드, 주사위, 나무토막 등 물리적인 도구를 활용해 진행하는 게임을 말한다. 바둑, 체스가 예이다. 이 교수는 보드게임 3종을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는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바둑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AI와 협업하면서 바둑을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UNIST 캠퍼스 제5공학관에서는 이 교수의 보드게임 제작 수업도 진행됐다. 학생 24명이 4명씩 조를 이뤄서 실제 보드게임을 만드는 수업이었다. 이 교수는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만큼 직관이나 통찰, 창의성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AI와 인간의 창의적 사고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세돌 특임교수가 '과학자를 위한 보드게임 제작'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UNIST

박 총장은 UNIST AI 스마트 캠퍼스 구상도 밝혔다. 이 교수 초빙도 박 총장이 추진하는 AI 스마트 캠퍼스의 일환이었다. AI 스마트 캠퍼스는 교육, 연구 행정 전반에 첨단 AI 기술을 접목하고, 울산 지역 산업체를 대상으로 실무 중심 AI 교육을 제공하는 계획이다. UNIST는 이를 위해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AI 활용 교육을 제공하고, 자체 AI 시스템인 소형언어모델(sLM)과 자율화 실험실 등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박 총장은 “올해는 UNIST AI 캠퍼스 구축의 원년으로, 전공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AI의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AI 기본필수 교육’을 전면 도입하고, ‘1인 1생성 AI’ 체계를 마련해 학습, 연구, 창작의 전 과정을 혁신해 나갈 계획”이라며 “동남권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를 AI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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