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선물 동향/사진=인베스팅닷컴
국제 금값이 3월 18일(현지 시간)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새벽 가자지구 휴전 두 달 만에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고조된 중동 지역 긴장이 안전자산인 금 수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선물 금 가격이 온스당 3035.10달러로 전장보다 1.2% 급등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현물 가격(종가 기준) 역시 3월 14일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이날 3038.26달러까지 오르며 종전 최고치를 다시 넘어섰다. UBS 자산관리자들은 2024년부터 폭증한 금 매수는 지난 2년 동안 1000톤 이상으로 196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금값 상승을 설명하긴 어렵다. 연초만 하더라도 이스라엘-하마스 휴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진행으로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는 감소했지만 그럼에도 당시 금 가격은 추가로 10%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금 가격 상승은 트럼프발 상호관세,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기대가 이끌고 있다고 본다. 현재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1976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금을 매입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달러 기반 자산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는 “2022년 3분기에만 각국 중앙은행은 1년 전보다 4배 급증한 약 400톤 규모의 금을 매입했다”며 특히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신흥국의 중앙은행들이 주도했음을 강조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과 북미의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에 가한 SWIFT(외국환거래의 데이터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협회) 제재가 원인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이 동결되어 이의 상당 부분을 금으로 전환했고 미국이 외환보유액을 동결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로 다른 국가들도 달러 기반 자산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협박으로 각국의 금이 미국으로 모이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가 금에도 적용될 것을 대비한 것이다. 미국 내 실물 기업 또는 주요 펀드 회사들이 해외 보세창고에 보관된 금을 미국으로 조기 이송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런던 LBMA 창고를 기반으로 한 금 펀드들(GLD 등)이 있다. LBMA 금 재고는 이들의 이송 수요로 인해 급감했다. 다른 국가에 보관된 금 역시 마찬가지다. 1월 말 인도 보세창고에 보관된 금도 미국으로 옮겨졌다. 금에 관세를 부과하기 전 미국으로 옮겨 미국계 은행들이 현물 프리미엄 상승과 차익거래 기회를 포착해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이다.
올해 금리를 낮추려는 Fed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도 영향을 끼쳤다. 수익률이 없는 자산인 금은 대체 자산의 금리가 하락할 때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이자수익이 줄어들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 보유 유인이 줄어든다. 차라리 금리가 떨어지기 전 그만큼의 금을 보유하는 것이 더 이득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 관세 부과 이후에는 지금의 높은 금값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다. 단기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의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프랑스 최대 은행그룹 BNP파리바는 2분기에 금 가격이 3100달러를 돌파한 후 하반기에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 은행의 수석 상품 전략가인 데이비드 윌슨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성장 기대감도 둔화되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며 “무역 긴장이 지속적으로 고조되지 않는다면 금 가격은 하반기에 더 이상 상승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